금과 은의 가격 격차가 80배 이상으로 벌어진 것은 글로벌 경기 둔화를 예고하는 시그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금 선물 가격이 올 들어 3.3% 오르는 동안 은 선물은 3.1% 하락했다. 지난해에는 금과 은 모두 가격이 상승하긴 했지만 금의 상승폭(14%)이 은(7%)의 두 배에 달했다. 금 선물 가격을 은 선물 가격으로 나눈 배수는 82배로 높아졌다. 지난 10년간 평균치보다 약 27% 높다.

WSJ는 “글로벌 투자자는 금과 은 가격 격차가 장기 평균 이상으로 확대되면 이후 글로벌 경기 둔화가 뒤따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는 경기 전망이 어두울 때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을 매수하고, 산업용 소재로 주로 사용되는 은은 매도하는 경향이 있어서다. 금과 은의 가격 격차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80배를 넘어섰다. 2016년 초 중국 상하이증시 폭락으로 중국발 세계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됐을 때도 금과 은 가격 격차는 80배를 넘었다.

일각에선 세계 주요국의 보호주의 정책도 은 가격 하락에 일조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1월 수입 태양광 패널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하면서 태양광 모듈에 쓰이는 은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가격을 끌어내렸다는 것이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