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트롱맨(강한 리더)’의 부상으로 세계 곳곳에서 갈등과 대립이 확산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결정으로 적과 동지를 불문한 통상전쟁에 나섰다. 장기 집권 토대를 마련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4기 내각 출범까지 맞물리면서 스트롱맨 간 충돌 위험이 커지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20일 폐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미국을 겨냥해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고 어떤 국가의 분열 행위도 이겨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18일 대선 결과가 나온 직후 미국 등 서방국가를 향해 “우리는 승리해야만 한다”고 말하며 강한 러시아를 강조했다.

유럽 대표주자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구글 등 미국 정보기술(IT) 대기업을 겨냥한 디지털세 도입을 주도하며 미국과 정면으로 부딪치고 있다.

글로벌 스트롱맨의 잇단 부상은 서구 중심 세계화에 반발해 자국중심주의(내셔널리즘)가 부활한 상황과 맞아 떨어진다. 스트롱맨들이 내세운 자국중심주의가 세계화로 인해 외부인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는 ‘분개’와 디지털 경제 전환기에 낙오자가 될지 모른다는 ‘공포’ 심리를 만났다. 키쇼어 마부바니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제국주의 이후 200년간 지속돼온 서구 중심 사회가 끝나고 새로운 역사의 장이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