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데이터 수집 관련 컨퍼런스콜도 참여…세부 내용 알았는지는 불분명"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참모였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페이스북 정보유출 논란을 일으킨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의 초기 정보 수집 과정을 감독한 실권자였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A에서 리서치 담당관으로 일하다가 2014년 말 회사를 떠난 크리스 와일리는 이날 WP와 인터뷰에서 배넌이 CA의 임원으로 회사 전략에 깊이 관여했으며 2014년 페이스북 프로필을 포함한 정보 수집을 위해 100만달러를 집행하는 내용의 지출안을 승인한 장본인이 맞다고 밝혔다.

그는 "이 시점에 (회사의) 모든 사안은 배넌의 승인을 거쳐야 했다"며 "(CA 최고경영자인) 알렉산더 닉스는 승인없이 이 만큼의 돈을 쓸 수 없다.

배넌이 닉스의 상관이었다"고 밝혔다.



배넌은 트럼프 대통령의 수석전략가로 발탁되기 3년 전, 트럼프 대통령 후원자이자 억만장자인 로버트 머서의 자금을 지원받아 CA 창립 과정에 참여했다.

배넌은 2014년 6월부터 CA 부사장 등으로 근무하다가 2016년 8월 트럼프 후보 대선 캠프의 좌장으로 옮겨갔으며 이후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하자 백악관 수석전략가라는 타이틀로 입성했다.

와일리는 배넌과 머서의 딸 레베카가 2014년 페이스북 데이터 수집 계획을 논의한 컨퍼런스 콜에도 참여했다고 밝혔다.

다만 두 사람이 정보 수집 방식에 관한 세부사항까지 알았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와일리는 또 회사가 2014년에 벌인 일은 '하이테크' 형태로 일어난 '유권자 설득'으로, 배넌이 이를 통해 반체제 메시지의 힘을 시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메시지가 추후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연설에 중요 주제로 등장했다며 워싱턴 정계의 부패를 씻어내겠다는 의미로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시절 내세운 구호인 '오물을 빼내자'(drain the swamp)나 법무부를 '배후에 숨은 권력집단'으로 비유한 '딥 스테이트'(deep state)라는 표현도 시험을 거친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CA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을 염두에 두고 자료를 수집하거나 분석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는 그때 우리 인식에는 없었다.

그가 무언가가 되기 훨씬 전에 일어난 일"이라며 "그는 고객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