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는 12일 한국 사회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이 불명예와 사회적 편견 때문에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것을 꺼리는 상황을 정부가 개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 위원회는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9일까지 제69차 회기를 열어 한국, 칠레, 룩셈부르크 등 8개국의 여성 인권 실태를 확인하고 이날 권고안을 내놓았다.

위원회는 최종 권고안에서 "성폭력 피해를 경찰에 신고하면 피해자가 명예훼손으로 기소되고 피해자의 성적 배경이 사법 절차의 증거로 사용되는 현실은 결국 2차 피해와 피해자의 침묵을 낳게 한다"고 우려했다.

위원회는 또 성폭력 피해자를 무고죄로 처벌하는 사례가 남발되지 않도록 하고 피해자의 성적 배경이 성폭력 사건의 사법 절차에서 증거로 사용되는 것을 막을 것을 권고했다.

성폭력 피해 신고를 해도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위원회는 2012년∼2015년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직장내 성폭력 피해 신고가 1674건에 이르지만 처벌된 건수는 83건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효율적인 성폭력 사건 감독 체계를 수립하도록 권고했다.

학교와 대학, 군 등 공적 기관에서 벌어지는 성폭력 사건 가해자들을 엄격히 처벌하고 단계적으로 이들의 복권을 제한하는 방안을 도입할 것도 제시했다.

위원회는 강간죄를 규정한 형법 제297조에서 '폭행 또는 협박'이라는 기준보다 '피해자의 자발적 동의 없이'라는 기준을 넣어 이를 우선시하도록 수정하고 부부간 강간도 범죄로 규정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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