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예고한 세 가지 옵션 중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국적에 관계없이 각각 25%와 10% 수입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일본은 당혹한 모습이 역력했다.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가 중국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지만 일본 역시 ‘유탄’을 피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내심 한국 등 12개국으로 고율관세(53%) 표적이 한정되기를 바랐지만 무차별적인 미국의 통상전쟁이 현실화하자 서둘러 대책마련에 나섰다.

비상 걸린 일본… 12개국서 빠졌다가 '뒤통수'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은 2일 국무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산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은 미국 국가안보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기회를 봐서 이 같은 뜻을 미국 측에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내용은 알고 있지만 수입제한 조치의 전모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만큼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가 다음주께 ‘관세부과 대상 예외국’을 발표할지, 발표한다면 일본을 ‘예외국’에 포함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를 두고 아사히신문은 “일본을 관세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미국 측에 요구할 의중을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른 각료들도 “미국의 조치가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일지,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주시하겠다”(모테기 도시미쓰 경제재생상), “아직 미국 정부가 정식 결정한 것은 아니다”(고노 다로 외무상)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일본 정부와 산업계는 미국의 ‘예봉’이 중국을 향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일본도 적잖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이 수입한 철강제품 중 일본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로 캐나다(16.1%), 브라질(13.0%), 한국(10.2%) 등에 비하면 작지만 미국의 주요 공격대상인 중국(2.2%)보다는 여전히 두 배 이상 높다. 미국이 중국을 대상으로 한 ‘외과수술적’ 통상전쟁 대신 무차별 공세를 선택한 만큼 철강 등의 수출규모가 작지 않은 일본의 ‘출혈’은 불가피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의회 중간선거에 대비해 지지층에 어필하려는 목적이 있어 일본만 예외조치 혜택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