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일러스트= 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국제 무역에서 가장 쉬운 결정이 있다면 미국과 캐나다 간 자유무역일 것이다. 두 나라는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동맹국이며, 경제는 매우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캐나다와의 무역 장벽으로 인해 800만 명의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무역 적자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지만, 미국은 상품과 서비스에서 캐나다에 125억달러의 흑자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이점에도 불구하고 현재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재협상은 두 무역 파트너 간 불화를 야기할 수 있다.

이런 비난의 일부는 국제 무역에 대해 반사적으로 의구심을 가지는 백악관 탓이다. 필자가 참석한 백악관의 무역 관련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5분간 중국을 비판한 뒤 캐나다의 무역 정책에 대해 20분간 공격을 퍼부었다.

또 다른 문제는 미국인들이 캐나다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92%의 미국인이 캐나다에 호의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캐나다는 미국인들의 생각에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알프레드 자리의 희곡 ‘위비왕(Ubu Roi)’에서의 폴란드와 마찬가지다.

그러나 NAFTA 재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은 캐나다로부터 나온다. 바로 ‘작위(commission)’와 ‘부작위(omission)’ 죄의 결합이다. 작위의 죄는 캐나다가 성별과 원주민 그룹에 관한 새로운 협정을 요구함으로써 무역협정에 정치적 정당성을 부여하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이런 조치를 통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정치적으로 정당하지 못한 것으로 유명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감을 나타내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을 도발하는 것은 미국에 대해 점점 더 부정적인 견해를 갖는 캐나다 유권자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행보가 될지 모른다. 그러나 양국 지도자 사이의 논쟁으로 인한 혼란은 더 광범위한 협상을 위협할 수 있다.

미국과 캐나다의 긴장 관계는 최근 몇 년간 기후변화협약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출발점을 보여줬다. 미국의 새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해외 방문국으로 캐나다를 찾는 것은 전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게 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 남은 임기 중 언제라도 오타와를 방문한다면 놀라운 일일 것이다. 대중의 비난 외에 그가 무엇을 얻을 수 있겠는가. 2016년 6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캐나다 하원을 마지막으로 방문했을 때 의원들은 책상을 치면서 “(대통령) 4년 더!”라고 외쳤다. 반면 그것은 즐거운 방문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은 그 반대가 될 것이다.

트뤼도 총리의 부작위 죄는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아직까지 이 협상을 타결할 만큼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캐나다 정부는 전면적인 캠페인을 통해 NAFTA의 중요성을 홍보할 수 있었다. 언론의 협조를 얻기 위해 논설위원들과 면담을 하고, 주요 신문에 광고를 게재하거나, 협정 파기 시 얼마나 많은 미국 일자리가 사라질지에 대해 토론하는 콘퍼런스에 후원할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캐나다인들이 분쟁해결 메커니즘의 필요성을 설명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 조항은 캐나다인들에게는 필수적인 것이지만, 그들은 이것을 주장하는 데 소홀했다. 미국의 자주권을 우선시하는, 미국이 결코 양국 중재에 묶여서는 안 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어떻게 다른 나라들이 우리를 불신하도록 만들었는지 그 이유를 상기한다면 이를 재고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시시피주 변호사들에 의해 1995년 빈털터리가 된 캐나다 장례업체 로웬그룹을 생각해 보라. 로웬의 계약 위반에 대한 손해배상액은 수백만달러에서 배심원 평결 이후 5억달러로 급증했다. 이 결정은 영국 상원의원과 전 호주 대법관을 포함한 NAFTA 중재 패널에 의해 검토됐고, 그들은 이 사건이 제3세계 정의의 본보기였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결국 미국 측 위원은 절차상 문제를 근거로 동료 위원을 설득해 지급판결을 유지하도록 했다.

정말 놀라운 일이 있다. NAFTA 재협상 와중에 캐나다는 유럽연합(EU)과 무역협정을 모색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합류했다. 사람들은 트뤼도 정부가 왜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와 그토록 무역협정을 열렬히 추구하는지 의아하게 생각한다. 트뤼도 총리의 환심을 사려는 태도가 최대 교역국에 대한 깊은 경멸을 감출 수 있을까?

만약 협상이 모두 무산되고 미국이 자유 무역에 적대적인 것으로 인식된다면, 최대 승자는 자국 상품을 팔기 위해 새로운 시장을 찾는 데 혈안이 된 중국이 될 것이다.

원제=Trump and Canada May Chill a Nafta Deal

정리=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