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경쟁사가 분해하면 자동 파괴되는 기능을 자국 첨단제품에 의무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일본 정부가 추진하고 있다. 중국 등 신흥국 기업이 주요 산업 분야에서 일본 기술을 베껴 복제품을 내놓는 것을 막겠다는 고육책이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일본 기업의 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 기존 수준으로는 수출된 제품을 외국 경쟁사가 분해해 분석하는 등의 방법으로 모방제품을 내놓는 행위를 방지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앞으로 5년간에 걸쳐 전체 수출제품에 대폭 강화한 기술 유출 대응책을 사실상 의무적으로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지금은 일본 외환법에 의거해 반도체와 로봇 등 무기류에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 제품은 기술 유출 우려가 있는 국가나 기업에 수출을 제한한다. 이런 경우도 다양한 경로로 무단 반출되거나 분실된 제품이 제재 대상 국가나 기업에 유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제품을 수입한 국가가 재수출하는 것을 막을 수단도 없다. 안보에 위협이 되는 국가나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이 우회경로로 입수한 제품을 분해해 원천기술을 파악한 뒤 모방제품을 내놓는 ‘리버스 엔지니어링(역설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본 정부는 잡화, 전자·전기제품, 일반기계·산업기계 등의 분야에서 주로 신흥국이 일본 제품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모방제품도 생산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 대응책으로 전자·기계류 수출 제품을 분해하면 자동적으로 제품의 핵심 부분이 손상되도록 특수나사와 와이어를 사용하는 조치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엑스레이나 초음파 등을 통한 비파괴 제품 검사를 무리하게 하지 못하도록 방해전파를 내는 장비를 장착하는 조치도 고려하고 있다. 이 방안은 일부 기업이 시행 중인데 이를 확대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경제산업성은 올해 안에 기업의 대비책 실태 조사를 마친 뒤 추가 대응책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외환법상 기술 유출 방지 심사항목도 늘린다. 기술 유출 방지책을 마련하지 않은 제품은 수출을 금지하는 강경책까지 고려하기로 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