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학위 소지자를 채용하는 것과 기업의 생산성 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요. 이와 관련, 일본에서 흥미로운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다소 의외이긴 합니다만 박사학위 소지자를 많이 채용하는 만큼 기업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경제연구센터 분석 결과, 일본 기업이 박사 학위 소지자의 채용을 늘리면 늘릴 수록 기업의 생산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전체 직원 중 박사 학위 취득자의 비율이 증가하면 1인당 매출액 등 노동 생산성이 하락하는 것이 뚜렷하게 관측됐다고 합니다. 2000년대 들어 대부분의 기간에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일본경제연구센터는 △기업이 현장에서 박사인력에게 적절한 역할을 부여하지 않고 있고 △박사인력의 전문성이 부족한 점을 박사인력이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이유로 꼽았습니다. 박사들이 기업에 새로운 제안을 하거나, 구상을 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대학에서 기업의 응용연구에 대응할 수 있는 박사인력을 양성하지 못하는 문제점도 지적됐습니다. 한마디로 일본의 박사인력의 창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입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종신고용의 틀 속에서 획일적으로 직원을 대우하는 일본의 기업문화 풍토 탓에 우수한 인재가 기업에 정착하기 어렵고, 대학의 연구교육 환경도 세계 수준에 뒤떨어진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매년 1만5000 명 이상의 박사 학위 취득자가 나오고 있습니다. 박사 학위를 취득해도 제대로 전공을 살려 취업하지 못하는 ‘박사 취업난’도 있다고 합니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양성한 박사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큰 낭비인 만큼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각종 위원회 위원 같은 감투가 잔뜩 적힌 명함을 건네는 인물, 박사학위 등의 이력을 과시하는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데요. 실무와 동떨어진 박사학위의 문제 뿐 아니라 박사학위를 엉뚱한 곳에 쓰려고 하는 소수의 인물들 탓일 것입니다. 한편으론 박사학위가 진정한 능력의 징표, 신뢰의 상징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이 한국이나 일본이나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도 듭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