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오는 8일 예정된 북한의 건군절 열병식과 관련, “우리는 그날 북한에서 열병식이 열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미 정부가 북한 열병식과 관련해 찬반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열병식을 북한 내부 행사로만 평가한 우리 정부 입장과 달라 논란이 예상된다.

스티브 골드스타인 미 국무부 공공외교담당 차관은 31일(현지시간) 평창 동계올림픽 보안 문제를 주제로 한 브리핑에서 “근본적으로 올림픽행사는 운동에 관한 것이어야 하고 그것(올림픽)을 방해하는 어떤 일도 있어서는 안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골드스타인 차관의 발언은 ‘북한이 건군절을 4월에서 2월로 옮겨 올림픽 개막 전날 열병식을 갖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미국뿐 아니라 한국도 같은 희망(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그렇지만 어쨌든 북한이 올림픽에 대표단을 보내기로 한 이상 전 세계와 함께 행사에서 스포츠를 즐기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반면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열병식은 북한의 내부적 수요에 따른 행사이고 평창동계올림픽을 겨냥해 갑자기 하는 게 아니다”며 “평창올림픽과는 무관하며 우연히 날짜가 겹친 것이며 둘을 연결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골드스타인 차관은 또 ‘빅터 차 주한 미국대사 내정자의 낙마가 한·미 양국 간 새로운 긴장요인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한국도 미국도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 외의 다른 것에 관심을 뺏기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고 말했다. 차 내정자의 중도낙마 이유는 ‘코피전략(bloody nose·핵 및 미사일 관련 시설 정밀타격 작전)’을 놓고 백악관과 이견을 보였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갑자기 한반도 내에서 군사충돌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은 양국이 모두 원하지 않는다는 게 골드스타인 차관의 설명이다. 그는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백악관이 (주한 미)대사를 지명하지 않은 것, 그리고 후보자가 있을 때 지명이 이뤄지리라는 것을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린지 월터스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주한 미 대사 후보에 대한) 신원 조회 과정은 길고 철저하다”며 차 내정자 후임 선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임을 예고했다. 월터스 대변인은 “(대사) 후보가 정해질 때까지 서울에 오랜 경험이 있고 존경받는 대사대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의 마지막 주한 미 대사인 마크 리퍼트 대사가 떠난 이후 1년 간 계속된 마크 내퍼 대사대리 체제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의미다.

코피 전략은 상대의 특정한 부분에 치명적 피해를 입히는 외과식 타격을 말한다. 북한과 관련해선 핵과 미사일 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 대규모 선제타격이나 예방전쟁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재량권에 해당돼 실행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북한이 미군의 공격을 받으면 군사적 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빅터 차 내정자의 낙마가 코피전략 때문이었다는 게 사실이라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군사적 옵션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차 내정자의 낙마 배경이 코피 전략이라는 얘기는 어디까지나 미국 정치권과 언론의 추측일 뿐이며 검증 과정에서 다른 이유가 불거져 내정이 철회됐다는 해석도 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정인설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