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이 슈퍼컴퓨터를 능가하는 연산능력을 가진 양자컴퓨터 상용화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이 수주일 안에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중대한 이정표가 될 기술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 보도했다.

토드 홈달 MS 퀀텀(양자)팀 대표는 “기존 컴퓨터로는 우주 시간이 걸려도 풀 수 없는 문제들을 양자컴퓨터로 풀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MS는 양자컴퓨터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오류정정 기능을 보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FT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큐비트 설계가 제대로 된 것이라면 다른 회사들보다 한발 앞서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기존 컴퓨터는 0이나 1의 나열·조합으로 데이터를 연산한다. 반면 양자컴퓨터는 ‘얽힘’과 ‘중첩’ 같은 양자역학 현상을 이용해 0이면서도 동시에 1인 상태인 00, 10, 11, 01과 같은 네 가지 상태를 표현할 수 있다. 이를 큐비트라고 부른다.

양자컴퓨터는 중첩상태를 이용해 병렬 처리가 가능해 연산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기존 컴퓨터보다 수백만 배에서 1억 배 이상 빠르다. 고성능 인공지능(AI) 시스템 구축, 암호화, 차량 자율주행, 분자구조를 기반으로 하는 신약개발 등 다양한 서비스와 제품을 개발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구글과 MS가 선보일 양자컴퓨터 신기술이 얼마나 빨리 상용화될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홈달 대표는 양자컴퓨터가 5년 내 중요한 상용화 과정을 거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마이크 메이베리 인텔랩 대표는 “IT 대기업들이 정말로 실용 가능한 기술을 내놓으려면 10년은 걸릴 것”이라며 “지금은 장난감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분야 선두 주자인 IBM은 지난해 11월 50큐비트 프로세서를 이용한 차세대 양자컴퓨터를 발표했다. 인텔은 지난 8일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에서 양자컴퓨터용 49큐비트 칩을 선보였다. 2011년 제한된 기능의 양자컴퓨터 양산을 시작한 캐나다업체 디웨이브도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