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 가치가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세탁기 등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으로 보호주의 확산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선 달러화 가치가 10%는 더 떨어져야 한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3일(현지시간) 밤 12시 전날보다 0.19(-0.21%) 떨어진 89.91을 기록했다. 달러인덱스가 90선을 밑돈 건 2014년 말 이후 처음이다.

달러화는 아시아 외환시장에서도 낙폭을 키웠다. 24일 장중 유로화와 비교한 달러화 가치는 전날 대비 0.0023달러(0.19%) 하락한 1.2316달러를 기록했다. 2014년 12월 이후 최저다. 달러 대비 엔화는 0.42엔(0.38%) 하락한 109.89엔을 기록했다. 엔·달러 환율이 110엔 밑으로 떨어진 건 작년 9월15일 이후 처음이다.

이는 미국의 보호무역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독일 코메르츠방크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주의 영향력이 커지면 투자자들이 달러화 매수를 꺼릴 것으로 전망했다. 무역 긴장이 높아지면 다른 통화로 위험을 회피할 것이란 설명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정부 당국자는 무역보복이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며 “‘미국 우선주의’ 무역 정책으로 달러화 가치에 대한 의구심도 커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달러화가 장기간 약세를 보이지만 아직도 과대평가돼 있다고 22일 분석했다. 미국을 상대로 가장 큰 무역흑자를 내는 중국 등 아시아 국가 통화에 대해 미국 달러화가 크게 고평가돼 있다는 것이다. IIF의 로빈 브룩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완전히 해소하려면 10% 추가 절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IIF는 이어 무역 긴장도가 높아지거나 무역전쟁이 발발하면 달러화 가치는 추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