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요 기업이 암치료 등 첨단 의료 분야로 활동 영역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일본에서 의료 관련 산업의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전통 제조업체들도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AI 진단·표적암 치료… 의료산업 뛰어든 일본 기업들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정보기술(IT) 기업 히타치제작소는 일본 최초로 소변을 통해 유방암, 대장암을 찾아내는 기술을 개발해 올해 안에 실증실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히타치의 신기술은 소변에 포함된 아미노산이나 지방질 속에서 암 발생 지표가 되는 30여 종의 ‘바이오마커(생물지표)’를 해석해 암에 걸렸는지를 판별하는 것이다. 히타치제작소는 지난해 12월 미쓰비시전기로부터 치료시스템 사업을 인수하는 등 암치료 관련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정밀기기 제조업체 시마즈제작소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암을 단 2분 만에 판별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 2020년 시판에 나설 계획이다. 환자에게서 채취한 세포를 분석해 암을 판정하는 병리검사에 AI를 활용한다. 지금까지 30분 걸리던 검사 시간이 2분으로 줄어든다. 도레이도 혈액에서 13종류의 암을 검출할 수 있는 검사약을 2년 뒤 시판할 방침이다. 비용을 일반 암 검사의 5분의 1수준으로 낮추고 유방암의 경우 판별 비율이 94%에 이를 정도로 정확도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라쿠텐은 지난해 12월 미국의 암치료 벤처기업 아스피라이언세라퓨틱스 지분 20%를 인수하며 암치료 사업에 발을 들여놨다. 라쿠텐은 기존 전자상거래 회원의 건강 데이터와 결합된 의료 서비스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적극 검토하고 있다. 주력인 사무기기 사업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는 코니카미놀타도 지난해 전자분석으로 암을 진단하는 미국 엠브리제네틱스를 1조엔(약 9조5837억원)에 인수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강점을 지닌 단백질 분석기술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 밖에 스미토모화학, 무라타제작소, 아사히글라스 등 전통 제조업체들도 바이오·의약 분야로 활동을 넓히고 있다.

일본의 암 치료비는 2015년 3조5889억엔(약 34조4540억원)으로 10년 새 1조엔 가까이 늘었다. 관련 산업이 활성화되면 사회적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 정부는 2014년 약사법을 개정해 재생의료 및 유전자 치료와 관련된 제품을 개발하면 2년 후 가승인한 뒤 큰 문제가 없으면 7년 안에 승인하는 등의 의학·바이오산업 지원책도 시행하고 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