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류 제조업체 아사히맥주가 지난해 29년 만에 주력 상품 최저판매량을 기록하는 등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사히맥주는 지난 9일 주력 맥주 상품인 ‘슈퍼 드라이’의 2017년 일본 내 판매량이 29년 만에 1억 박스(1박스는 큰병 20개 분량)에 못 미쳤다고 발표했다. 슈퍼 드라이 판매량은 전년 대비 2% 줄어든 9794만 박스에 그쳤다. 1989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1억 박스 판매에 실패한 것이다. 전성기인 2000년(1억9000만 박스)에 비하면 판매량이 절반가량으로 감소했다. 올해도 부진이 이어져 지난해보다 240만 박스가량 판매량이 줄 것으로 예상했다.

아사히맥주 판매 실적이 부진한 가장 큰 이유로는 일본 내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따른 주류시장 축소가 꼽힌다. 건강 중시 풍조가 확산되면서 주종에 관계없이 주류 판매가 위축되고 있고, 와인이나 추하이(복숭아술) 등 소비자 기호가 분산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아사히맥주는 ‘고급화 전략’으로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아사히맥주는 2016년 안호이저부시인베브로부터 1조2000억엔(약 11조4300억원)에 인수한 필스너우르켈, 페로니 등 유럽 맥주 브랜드를 활용한 고급 맥주의 일본 출시를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장치산업으로 비용 절감을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을 생산해야 하는 맥주산업 특성상 내수시장 판매 부진이 회사 수익성 개선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