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군이 공격하러 나간 사이에 적군의 본거지를 치는 계책은 소설 ‘삼국지연의’에 흔히 등장합니다. 허를 찔린 적군은 크게 낭패를 보는 것으로 소설 속에선 그려지곤 하는데요. 일본의 대표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가 소설 속 한 장면과 비슷한 전략을 구사하고 나서 주목됩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야스카와전기가 유럽 시장에 공세를 강화하고 나섰습니다. 올 9월 슬로베니아에 유럽 최초 로봇 생산 공장을 가동하는 등 유럽시장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유럽에서 ‘현지 메이커’로 입지를 갖추겠다는 계획이라고 합니다. 산업용 로봇은 고객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한데 유럽 현지에 공장을 마련하면서 단점도 많이 보완할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유럽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독일 로봇기업 쿠카를 겨냥한 것으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습니다. 쿠카는 스위스 ABB와 더불어 유럽 산업용 로봇 시장의 터줏대감으로 불리는 업체입니다.

유럽에서 잘 나가던 쿠카에게 2016년 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중국 가전업체 메이디에 인수되면서 시장 지형이 크게 변한 것입니다. 메이디가 쿠카의 유럽의 거점과 고용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회사의 사업 중심이 급격히 중국 쪽으로 쏠렸다고 합니다. 로봇산업의 핵심인 기술개발에서조차 중국 쪽 비중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본거지’인 유럽시장은 소홀해졌다는 게 업계의 평가라고 합니다.

라이벌 기업이 다양한 이유로 본거지에 집중할 수 없게 된 상황을 야스카와전기는 적극 활용키로 했습니다. 실제 지난해 말 도쿄에서 열린 야스카와전기 기자간담회에서 야스카와의 한 간부는 “라이벌 기업의 유럽 아성을 무너뜨리겠다”고 발언했다는 전언입니다.

야스카와전기의 유럽시장 비중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4~9월에는 야스카와전기매출에서 유럽시장 매출(279억엔)이 전년 동기대비 18%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매출 증가율이 중국시장(34%)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일본시장(13%) 성장성은 크게 웃돌았습니다.

회사의 지역별 매출도 그동안은 일본, 중국, 미주, 유럽 순이었지만 유럽 시장의 잠재력을 고려하면 순위가 바뀔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국제 로봇 연맹에 따르면 유럽에서 사용되는 로봇은 2015년 현재 43만대로 세계 시장의 약 30 %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시장이라고 합니다.

라이벌 기업의 본거지를 공략하는 야스카와전기의 전략이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요. 소설 속 한 장면처럼 큰 성과를 거둘지, 소설과 현실은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증명할지 결과가 궁금해집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