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지역 경제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급증하는 이른바 ‘중국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30년께면 일본과 동남아시아를 아우르는 아시아 대부분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3억 명이 넘는 거대 소비시장과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무기 삼아 주변국에 막무가내식 외교 행태를 보이는 중국이 힘을 키우면서 아시아 지역에서 자유시장경제와 민주주의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만 쳐다보는 아시아 경제… "중국 무역 영향력, 2030년 미국 압도"
◆아시아 경제 흡수하는 ‘중국 블랙홀’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6일 20세기 중반 이후 미국에 주로 의존하던 아시아 경제 체제가 큰 전환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2030년께 아시아와 일본에 미치는 경제 영향력에서 중국이 미국을 압도할 것이란 예상이다.

세계 교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분석에 따르면 2016년 세계 각국의 대(對)중국 수출은 1조3921억달러(약 1481조8900억원) 규모로 10년간 1.8배 증가했다. 2016년 중국의 수출 규모는 2조1365억달러(약 2274조3000억원)였다. 중국과 교역하는 국가들은 7443억달러(약 792조3000억원) 적자를 본 것이다.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상당수 아시아 국가에 이미 미국을 넘어선 ‘제1 교역국가’가 됐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소속 국가의 대중국 수출 규모는 2010년 미국을 앞선 이후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2016년에는 대중국 수출이 1430억달러(약 152조2200억원)로 미국 수출보다 9%가량 많았다.

한국은 ‘중국 중독’이란 지적이 나올 정도로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지난해 한국 수출의 24.8%, 전체 무역흑자의 46.2%를 중국이 차지했다.

경제 분야에서 중국과 일정 정도 거리를 둬온 일본조차 중국의 영향권에 포섭되고 있다. 중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4조위안(약 657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시행하면서 대규모 인프라 건설 및 설비투자 수요를 노린 일본의 기계 수출 등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11월까지 일본의 대중국 수출은 13조3842억엔(약 125조8275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이 아시아 주요국의 최대 교역 상대가 되면서 영향력도 급증하고 있다. 1960~1980년대만 해도 ‘미국 경제가 기침을 하면 아시아 경제가 폐렴을 앓는다’는 말이 있었지만 미국의 자리를 중국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2030년에도 전 세계 차원에선 미국의 경제 영향력이 중국보다 20% 이상 높겠지만 아시아 지역만 놓고 보면 중국이 선두자리를 차지할 것이란 예상이다.

다하라 겐고 일본경제연구센터 연구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산업 연관도를 분석한 결과 2030년이 되면 중국이 일본과 동남아시아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지금보다 1.8배 커져 미국보다 영향력이 40%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만리장성 ‘그림자’ 드리운 아시아 경제

아시아 각국 경제에서 미국의 영향력 감소와 중국의 부상이 뚜렷해지면서 시장경제 위축과 민주주의의 후퇴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이 경제 규모에 걸맞지 않은 자국 위주의 막무가내식 경제외교를 구사하는 점이 이 같은 걱정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은 ‘약소국 무외교(약한 국가에 대해선 외교가 아예 없음)’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경제력을 무기화해 주변국을 대하고 있다”며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분쟁으로 중국이 지난해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0.4%에 해당하는 손실을 입힌 점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아시아 민주주의가 후퇴할 것이란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미얀마의 로힝야 난민 사태가 대표적이다. 미얀마 정부가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 난민에 박해를 가한 것에 대해 미국 등 국제여론의 비판이 강해지자 중국 정부가 미얀마 측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여 미얀마를 영향권 안에 포섭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구심력이 강해지면서 민주주의를 촉진하는 미국의 영향력도 쇠락할 수밖에 없는 만큼 아시아 각국이 중국 이외 국가와의 관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지적이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