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가 우주로 눈을 돌리고 나섰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소니는 2000년대 들어 크게 부진했습니다. 일본 정보기술(IT)산업 몰락의 대표격으로 불렸던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들어 TV 등 주요 사업부문에서 ‘부활’ 움직임이 확연합니다.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 관련 부문에서의 활력도 확실히 느껴집니다. 이제 여유가 좀 생긴 것일까요. 소니가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이번에는 ‘우주 비즈니스’에도 발을 담그고 나섰다는 소식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소니와 ANA홀딩스 등 일본 대기업들이 잇따라 일본내 우주관련 벤처기업에 출자하고 있습니다. 우주 관련 기술이 범용화되면서 일본내에 ‘우주 비즈니스’를 하겠다는 벤처기업이 잇따라 등장했다고 합니다. 대기업들은 벤처에 대한 투자를 통해 신규사업 아이디어를 얻고, 미래 신산업에도 발을 걸치겠다는 복안입니다.

소니는 유럽 에어버스그룹 등과 위성 전용 안테나의 공유 서비스를 다루는 벤처기업 인포스텔라에 지분참여를 했습니다. 인포스텔라는 2016년에 설립된 신생 기업입니다. 인공위성과 지상과의 통신에 필요한 안테나를 위성 운용 회사 등으로부터 빌려서 이용자에게 시간별로 대여하는 서비스를 시행합니다.

우주에서 얻은 각종 데이터의 중요성은 높아지는 반면, 우주통신을 지원하는 지상 안테나는 수가 부족하다고 합니다. 이 회사는 안테나에 설치된 장비를 자체 개발해 일본 등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10여국에서 활동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에어버스와 소니는 총 8억엔(약 80억원)을 출자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소니는 우주항공 연구개발기구(JAXA)와 공동으로 자사 디지털 카메라 제품을 국제 우주정거장(ISS)에서 활용하기위한 노력에 참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소니 외에도 우주에 관심이 있는 일본기업들이 적지 않습니다. ANA홀딩스는 우주 쓰레기 제거업체를 표방한 싱가포르 아스트로스케일, 일본 나고야 소재 우주여행 관련사 에어로스페이스 등 2개사에 투자를 했습니다. 미래의 유인우주 비행에 참가하는 것을 고려해 수송기술을 확립하고 안전 운항의 노하우를 습득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일본 정부도 기업들의 우주사업 진출을 지원사격하고 있습니다. 앞서 올 5월에 일본정책투자은행은 민간의 우주사업을 대상으로 3년간 1000억엔(약 1조원)을 투·융자한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는 민간 기업이 우주 공간으로 발사한 인공위성에 사고가 발생해 손해배상이 필요하게 될 경우 일정액 이상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관련 법률을 정비하기로 하는 등 육성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민간 기업이 사용할 소형 로켓 전용 발사장도 추가로 마련한다는 방침이라고 합니다.

일본 정부는 2030년대가 되면 우주산업 관련 시장이 현재의 두 배 수준인 2조4000억엔(약 2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네요.

지난 세기의 저명한 문학평론가 게오르그 루카치는 “별이 빛나는 하늘(Sternhimmel)을 보고 가야할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라고 읊었습니다. 지금 일본 기업들이 하늘(우주)을 바라보며 가야할 길의 지도를 읽어 나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상상을 잠시 해봤습니다. 한국 기업들도 당장 눈앞의 이익을 거둘 수 있는 ‘발밑’만 보지 말고, 머리를 들어 장기적으로 새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하늘’을 바라봤으면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