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스모선수'에서 '닌자'로… 신기술 혁신 몸부림치는 일본기업
일본 기업은 통상 ‘보수적’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안전을 중시하고, 거래처를 잘 바꾸지 않으며, 직원 고용이나 사내 문화 등에서 변화를 잘 주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지요. 민첩한 ‘닌자’보다는 묵직한 ‘스모 선수’가 연상됐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랬던 일본 기업들이 최근들어 혁신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면 깜짝 놀랄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한국의 동종업계에 비해서 더 과감한 움직임을 보이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이 노력이 꼭 성공하리라고 보장은 할 수 없지만, 그런 노력을 한다는 것만큼은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한국의 우체국택배와 비슷한 점이 많은 일본 택배회사 일본우편은 창업지원회사 사무라이인큐베이터와 손잡고 우편 및 물류신상업 창출에 협력키로 했다고 합니다.

일본우편은 벤처기업에서 드론(무인항공기)이나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물류 사업아이디어를 모집한다고 합니다. 인터넷 판매 확대에 따른 배송물량 증가와 배달직 일손부족이라는 난관을 첨단기술과 기발한 아이디어로 넘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4일부터 사업아이디어 모집 전용 사이트를 개설했다고 합니다.10월 하순께 3개 기업을 채택해 서로간 조언을 주고, 사업기회를 만든다고 합니다. “외부로부터의 제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사업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 회사측 포부라고 합니다.

일본우편과 손을 잡는 벤처기업은 전국 2만4000여곳의 우체국 등 일본우편 관련 시설을 실증실험의 장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업내용에 따라 일본우편 등에서 출자를 받을 수도 있다네요.

이와 별도로 일본우편은 자체적으로 2018년에 우체국간 우편이나 택배에 드론을 도입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체국간 드론이용은 2020년대에 본격적으로 운용한다는 목표입니다. 산간지역이나 낙도 등 운반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지역에 우선 적용한다는 방침입니다.

거점이 되는 핵심국 지역에서 우편물을 교환하는 방식을 상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후쿠시마현에서 실험 중이라고 하네요. 드론에 와이어로 짐을 매달아 와이어를 내려 목표지점에 낙하한다고 합니다. 드론 뿐 아니라 일본우편은 자율주행 차량을 이용한 운송실증 시험도 시작했습니다.

일본의 택배업계는 드론과 자율주행차, AI 등을 활용한 무인배달로 성큼성큼 다가서고 있습니다. 그들이 계획대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 입니다. 하지만 많은 일본 업체들이 ‘스모선수’에서 ‘유도선수’, ‘닌자’로 변신하려고 하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도쿄=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