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식료품 할인전쟁' 선포…월마트·코스트코 주가 '곤두박질'
24일 오후 1시40분(현지시간) 뉴욕증시에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보도자료를 발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다음주 월요일(28일) 유기농식료품 체인 홀푸드 인수가 끝나면 즉시 제품 가격을 대대적으로 내리겠다는 내용이었다.

월마트와 코스트코홀세일, 크로거 등 식료품 소매업체 주식은 일제히 급락했다. 이날 하루 6개 대형 소매업체의 시가총액 120억달러(약 13조5500억원)가 증발했다.

◆홀푸드발(發) 전쟁 시작

아마존은 이날 이사회가 홀푸드 합병을 승인하자마자 가격 전쟁을 선포했다. 오는 28일 인수 절차가 끝나면 1차로 닭고기와 아보카도 등 유기농 제품 값을 낮추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시애틀 본사에서 아침마다 연간 170만 개의 무료 바나나를 나눠줘 아마존의 상징이 된 바나나도 인하 대상에 포함됐다.

제프 윌케 아마존 소비자부문 최고경영자(CEO)는 “유기농 식품을 모두가 감당할 수 있는 값에 제공하겠다”며 “홀푸드의 높은 상품 기준을 떨어뜨리지 않고 가격을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마존은 홀푸드에서 인기가 높은 ‘365에브리데이’ 자체 상표 제품을 아마존 프레시(신선식품 배달), 프라임 나우(급송 서비스) 등을 통해 배달하기로 했다. 460여 개 홀푸드 매장에 아마존 라커를 설치해 아마존에서 주문한 제품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홀푸드는 온라인 유통 채널을, 아마존은 오프라인 점포를 확보한 셈이다.

아마존은 홀푸드와 물류·구매 등 시스템을 통합하고, 통합이 끝나면 6000만 명에 달하는 아마존 프라임 회원(유료)이 홀푸드에서 쇼핑할 때 특별할인 등 혜택을 주겠다고 밝혔다. 프라임 회원을 활용해 홀푸드 매출을 끌어올리고, 부유층 중심의 홀푸드 고객을 프라임 회원으로 끌어들이겠다는 복안이다. 아마존은 홀푸드를 점원이 없는 ‘아마존 고’로 바꿀 계획은 없다고 했다.

◆소매업체 충격 또 충격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크로거는 8.1%, 코스트코 5.04%, 월마트는 2.30% 폭락했다. 지난 6월 아마존의 홀푸드 인수가 발표된 뒤 주가가 대폭 하락했는데 다시 타격을 받았다.

아마존의 계획대로라면 소매업체들은 매출은 물론 이익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홀푸드는 미국에서 애플스토어와 함께 ‘앵커스토어(쇼핑몰의 간판 상점)’로 꼽혀온 곳이다. 신선한 유기농 제품을 팔아 부유층 고객이 많이 찾는다. 하지만 별명이 ‘홀페이첵(월급 몽땅)’일 정도로 상품 값이 비싸 2~3년 전부터 어려움을 겪어 왔다.

월마트, 코스트코, 크로거 등이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유기농 시장을 파고들어서다. 홀푸드가 조금씩 가격을 내리며 대응했지만 아직 비싸다. 이달 초 모건스탠리 조사에 따르면 홀푸드 상품 가격은 작년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지역 일반 슈퍼마켓보다 평균 15% 높았다.

이런 홀푸드가 아마존의 자본력과 물류를 바탕으로 가격 전쟁에 나서면 충격은 불가피하다.

아마존은 수익보다 시장점유율이 먼저인 회사다. 지난해 매출은 1359억달러에 달하지만 이익은 23억7000만달러에 불과한 게 이 같은 철학을 대변한다. 먼저 최대한 편의를 제공해 충성고객을 확보하면 이익은 따라온다는 생각에서다.

전 아마존 임원인 제임스 톰슨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아마존은 충성고객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며 “가격 인하로 마진은 줄겠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을 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가 투자회사 오펜하이머의 루페시 파리크 애널리스트는 “홀푸드의 높은 품질을 감안할 때 적당한 가격으로 제품을 팔면 다른 식료품 경쟁사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사들도 두고만 보고 있진 않다. 월마트는 지난 23일 아마존 경쟁사인 구글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구글의 쇼핑서비스인 ‘구글 익스프레스’에 입점하고, 구글의 음성인식 인공지능(AI) 스피커인 구글 홈을 통해 상품을 팔기로 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