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HNA그룹이 사들인 미국 여행사 트래바나가 인수 1년여 만에 파산을 신청했다. 공격적인 해외 인수합병(M&A)을 벌여온 HNA그룹의 인수 기업 관리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6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2015년 말 HNA그룹이 2750만달러(약 318억원)를 주고 인수한 트래바나는 현재 파산 절차를 진행 중이다. HNA그룹은 트래바나가 파산한 이유에 대해 기술력이 경쟁에서 뒤처질 뿐만 아니라 제이슨 첸 전 최고경영자(CEO)가 비용을 과다 지출하고, 경쟁 업체가 지식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첸 전 CEO가 이끄는 일부 채권단은 정반대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HNA그룹의 실책으로 트래바나가 경영난에 빠졌다고 주장하며 미국 샌프란시스코법원에 관련 조사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채권단은 지난달 15일 제출한 탄원서에서 HNA그룹과 그룹이 임명한 이사들이 연루된 자기거래, 부패, 불법행동 등이 사업 실패를 가져왔다며 HNA 측이 그런 불법을 감추기 위해 파산을 신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첸 전 CEO 측은 또 애덤 탄 HNA그룹 CEO가 투자 조건으로 29세의 관련 경험이 없는 시 레이를 회장으로 앉혔으며, 시 회장이 탄 CEO의 조카라고 주장했다. HNA그룹 측 찰스 모부스 트래바나 이사는 이들은 친척 관계가 아니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트래바나를 창업한 첸 전 CEO는 시 회장과의 불화로 해고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HNA그룹의 문어발식 M&A가 관리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2000년 하이난항공사로 시작한 HNA그룹은 공격적인 해외 인수를 통해 2010년 이후 몸집을 네 배 이상 불렸다. 자산 규모는 1460억달러(약 169조원)에 이른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2015년 이후 HNA그룹이 완료한 해외 인수 규모는 330억달러(약 38조원) 수준이다. 힐튼월드와이드홀딩스 지분 25%(65억달러)와 미국 전자기기 유통업체 인그램마이크로(60억달러) 등을 사들였다.

중국 컨설팅회사 가오펑어드바이저리의 에드워드 츠 대표는 “HNA그룹이 금융 유통 등 익숙하지 않은 분야에까지 손을 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중국 은행감독위원회는 HNA그룹의 부채 규모가 1040억달러(약 120조원·작년 말 기준)로 급증한 것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했다.

WSJ는 HNA가 2015년 인수한 미국 골프장 니클라우스클럽도 심각한 관리 문제를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HNA그룹이 모든 비용 지출을 관리하면서 우물 수리 비용 처리에 7개월이 걸리는 등 구설에 올랐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