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지스함 ‘피츠제럴드’가 지난 17일 새벽 일본 해상에서 필리핀 컨테이너선과 충돌해 오른쪽 부분이 크게 부서져 있다. 7명이 사망한 피츠제럴드함과 달리 컨테이너선 ACX크리스털호(작은 사진)는 선수 일부만 찢겼을 뿐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 도쿄AP연합뉴스
미국 이지스함 ‘피츠제럴드’가 지난 17일 새벽 일본 해상에서 필리핀 컨테이너선과 충돌해 오른쪽 부분이 크게 부서져 있다. 7명이 사망한 피츠제럴드함과 달리 컨테이너선 ACX크리스털호(작은 사진)는 선수 일부만 찢겼을 뿐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 도쿄AP연합뉴스
1000㎞ 떨어진 미사일은 추적하는데…미국 이지스함, 코앞 컨테이너선과 충돌
미국 이지스함이 일본 해역에서 지난 17일 컨테이너선과 충돌해 승무원 7명이 사망했다. 최대 1000㎞까지 떨어진 미사일을 추적할 수 있는 첨단 구축함이지만 선박 탐지 기능은 일반 선박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해군은 이지스 구축함 ‘피츠제럴드’가 이날 새벽 2시 반께 일본 도쿄만 인근 이즈반도 해상에서 필리핀 선적의 컨테이너선과 충돌했다고 발표했다. 이 사고로 피츠제럴드함의 우측면이 크게 부서지고 침실과 기계실, 무선실 등이 침수돼 선원 7명이 익사한 채 발견됐다. 브라이스 벤슨 함장 등 3명은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고 직후 피츠제럴드함은 요코스카 기지 인근으로 예인됐다.

충돌한 컨테이너선은 일본 NYK사가 운용 중이다. 선수 부근이 일부 찢겼지만 큰 피해는 없었다. 20명 선원도 무사하다. 피츠제럴드함은 길이 154m에 총 8315t 규모며, 컨테이너선은 길이 222.6m에 2만9060t 규모다. 사고 당시 컨테이너선은 컨테이너 1080개를 가득 적재해 피츠제럴드함보다 최소 네 배 이상 무거웠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탄도미사일 방어시스템(BMD)을 갖춘 피츠제럴드함은 1994년 진수됐으며 2004년부터 요코스카에 배치됐다. 미 해군은 사고 당시 작전 중이었다고 밝혔다.

일본 측과 미 해군은 충돌 원인을 조사 중이다. 두 선박 선원들이 새벽 시간 주의를 게을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측면을 부딪힌 피츠제럴드호가 판단을 잘못했을 공산도 있다.

이지스함 구조와도 깊은 관계가 있다는 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지스함은 적의 공격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가볍고 얇은 철판으로 선체를 만들어 속도를 높였다. 피츠제럴드가 특히나 선체 중 충격에 가장 취약한 부분인 가운데 측면을 부딪히면서 크게 손상됐다는 것이다.

선박전문가인 션 토레아는 뉴욕타임스에 “피츠제럴드가 거리 속도 등을 잘못 판단해 앞으로 지나치려 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언론은 피츠제럴드함의 레이더가 파손돼 미사일 방어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