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고공행진하며 3천달러 돌파했다가 하루만에 1천달러나 폭락
日서 지급결제 수단으로 인정…국내 거래소에서 거래 가능


온라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문자 그대로 금보다 비싼 '귀하신 몸'이 됐다.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것까지도 모자라 상품이 아닌 화폐로서 인정받는 분위기다.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기술과 개념을 바탕으로 했기에 앞으로도 대중의 관심을 받겠지만 섣부른 투자는 금물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 비트코인 2013년 '열풍'을 넘어선 '광풍'

비트코인은 '나카모토 사토시'란 가명을 쓰는 한 개발자가 2009년 1월 개발한 세계 최초의 가상통화다.

'디지털 공공 장부'로 불리는 블록체인 기술을 배경으로 한 암호 화폐다.

블록체인은 거래 기록을 중앙 서버에 저장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데이터를 일종의 묶음(블록) 형식으로 거래 참여자의 모든 컴퓨터에서 분산 저장하는 기술을 말한다.

거래 시 참여자들이 나눠서 보관 중인 데이터와 대조해 거래를 승인하기에 모든 참여자의 컴퓨터를 해킹하지 않는 이상 조작이나 위조가 불가능하다.

비트코인은 총량이 유한하고 발행량이 체감돼 금에 비유되곤 한다.

2145년까지 모두 2천100만 비트코인(BTC)까지 발행될 예정이다.

2013년 한때 비트코인 '열풍'이 불었다.

키프로스 금융위기로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으로 간주돼서다.

그해 연초 20달러 선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11월에 1천200달러를 돌파했다.

1년도 안 된 사이 60배로 폭등한 셈이다.

이듬해 일본 비트코인 거래소 '마운트 곡스'의 해킹 피해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200달러까지 추락했다.

올해 비트코인의 상승세는 2013년 수준을 넘어섰다.

1월에 1천 달러를 넘어선 비트코인은 5월에 2천 달러, 이달에는 3천 달러를 연이어 돌파했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비트코인은 지난 12일 3,012.05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찍은 뒤 사흘만인 15일 1천달러 가까이 떨어져 장중 한때 2,076.16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15년 1월 이후 최대의 낙폭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1비트코인은 3월에 이미 1온스당 1천200달러 수준인 금값을 넘어섰다.

◇ 비트코인 지급결제 수단으로 주목

비트코인의 폭등세는 중국이 뒷받침했다.

중국 위안화의 가격이 내려가고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자 중국인들에게 비트코인이 투자수단으로 주목을 받았다.

한때 비트코인의 위안화 거래비중이 90%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중국이 지난해부터 연초까지 비트코인 상승세를 주도했다면 그 바통을 이어받은 것은 미국과 일본이었다.

3월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소 상장 승인을 거부했다가 재심사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비트코인의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

4월엔 일본이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비트코인을 합법적인 결제수단으로 인정했다.

그동안 디지털 '상품'으로 간주됐던 비트코인이 명실공히 '화폐'로서 인정을 받게 된 셈이다.

비트코인의 몸값이 상승하고 화폐로서 대우를 받게 됨에 따라 섣부른 예찬론이 나오고 있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5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토큰 서밋'에서 비트코인이 가진 독립성과 투명성, 분산성 때문에 향후에는 미국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가치의 변동성이 심한 점이 통화로서의 지위를 불안하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이수정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이 차세대 화폐로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투자가 늘어 변동성이 높아지면 화폐로서 기능은 오히려 후퇴한다"며 "가상화폐 시스템 자체가 붕괴할 가능성은 크지 않으나 급등했던 가치가 급락할 위험은 상존한다"고 말했다.

◇ 비트코인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거래

비트코인을 거래하고 싶다면 거래소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국내에 2013년 7월에 설립된 코빗을 비롯해 빗썸, 코인원 등 가상화폐 거래소가 있다.

해당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하고 가상계좌로 입금하면 비트코인을 살 수 있는 지갑이 개설된다.

비트코인은 주식과 달리 24시간 거래할 수 있다.

가상화폐 모니터링 사이트 크립토컴페어에 따르면 16일 전세계에서 거래된 비트코인의 7.3%는 원화로 결제됐다.

국내에서는 비트코인뿐 아니라 또 다른 가상화폐인 이더리움도 인기가 높다.

이더리움은 러시아 이민자 출신 캐나다인 비탈리크 부테린이 2014년에 개발한 가상화폐로, 비트코인보다 한층 더 진화한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상화폐 전문 사이트 코인마켓갭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가상 화폐 시장 점유율이 올해 2월까지만 해도 85%에 달했지만, 최근에는 50%대로 떨어졌다.

이더리움이 20% 수준으로 치고 올라간 탓이다.

16일 이더리움 거래량 중 34.3%는 원화로 결제됐다고 크립토컴페어는 전했다.

비트코인보다 단위당 가격이 싼 탓에 이더리움에 투자자들이 몰렸다는 분석이다.

3월 이전에는 1만5천 원 미만이었던 이더리움이 5월에 8만 원으로 오르더니 이달 들어서는 47만 원까지 치솟았다.

단기간에 30배 이상으로 급등함에 따라 거래가 폭증하고 일부 거래소가 접속이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가상화폐의 최근 폭등세에도 추가 상승에 대한 낙관론이 적지 않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정식 화폐로서 인정하는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버블 여부와 상관없이 성장성이 높다는 점에 대부분 투자자가 동의하고 있다"며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자산인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이 아직 400억 달러 수준에 불과한 점은 추가 상승 가능성이 남아 있음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묻지마 투자'는 언제든지 금물이다.

김진형 코인원 마케팅팀장은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주식거래조차 안 하던 이도 가상화폐 시장에 유입됐다"며 "주식에 투자할 때 해당 회사의 영업이익이나 미래가치를 면밀하게 공부하듯이 가상화폐별로 기술적 특징, 가치 등을 분석하고 해당 가상화폐에 확신이 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금씩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pseudoj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