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심기의 굿모닝 월스트리트] '착한' 트럼프와 '나쁜' 트럼프, 어느 쪽이 진짜?…월가의 고민

지난주 뉴욕 증시 투자자들은 예기치 못한 지정학적 리스크와 전망을 뒤집은 경기지표에 혼란스러운 한 주를 보냈다. 미국의 시리아 공습의 파장과 미·중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경계감, 기대에 못미친 3월 고용지표 등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는 이벤트가 위험회피 심리를 강화시켰다.

하지만 한 주간 이뤄진 지수의 변화만 놓고 보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지?“라고 반문할 정도로 조용한 한 주였다. 다우지수는 5일동안 7포인트 하락하는데 그쳤고, S&P500지수는 역시 한 주간 하락폭은 0.3%에 불과했다.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한 투자분석가를 인용해 “돌발적인 변수에도 시장은 평온했다“며 “시장의 견고함을 확인한, 인상적인 한 주였다”고 전했다.

월가는 관심은 증시의 변동성이 극도로 낮은 지루한 박스권 장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쏠리고 있다. 한 투자분석가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1분기 부진한 경기지표에 대한 우려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향후 정치적 리더십이 더 큰 변수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강경파와 민주당까지 아우르는 정치적 타협을 통해 재정확대와 감세 등 경기부양책을 신속하게 추진하는 ‘착한 트럼프’의 모습을 보일지, 예측불가능한 안보및 무역정책을 고수하면서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는 ‘나쁜 트럼프’의 모습을 지속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마이크 파일 거시경제리서치센터장은 “향후 경제 전망을 할 때 가장 큰 변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진 불확실성을 포함해 예측을 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시장이 기대하는 착한 트럼프의 모습은 의회와의 협상을 통해 인프라 투자 등 재정확대를 통해 정부 주도의 경기부양을 조기에 시도하면서 고용증대와 임금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나쁜 트럼프’는 수출기업의 교역에 부정적인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환율조작국 지정과 국경조정세 강행을 통해 통상마찰을 불러오면서 전 세계 무역질서를 흐트리는 경우다.

파일 센터장은 “트럼프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잠재적인 시장위험 요인”이라며 “정부주도의 경제부양정책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과도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대한 우려도 실제와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며 “덤핑제재와 관세부과 등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기존과 비슷한 수준의 규제를 적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요약하면 시장의 기대처럼 신속한 경기부양책이 도출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투자분위기를 급속도로 얼어붙게 만드는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미국 소비자의 부담을 높이고 달러화 가치를 강세로 몰고가는 국경(조정)세가 현실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월가의 한 투자분석가는 “1980년대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파격적인 감세와 경기부양책을 골자로 한 ‘레이거노믹스’를 펼칠 당시에도 의회는 여소야대 상황”이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롤모델로 삼으려는 레이건 대통령의 포용적 리더십을 따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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