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6일(현지시간) 처음으로 만났다. 미 플로리다주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별장 마라라고리조트에서 역사적인 회담을 했다.

초미의 관심사는 북한의 핵 개발 및 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며칠 전부터 “중국이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미국이 단독으로 해결하겠다”고 경고해왔다. 이날 만찬 도중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적인 시리아 공격명령을 내리면서 그의 발언은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미국 AP통신과 폭스뉴스는 “미국의 시리아 공격은 트럼프 정부가 중국(과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두 정상은 7일 북한의 핵 개발 및 미사일 도발, 무역 불균형, 남중국해 등 첨예한 현안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러시아에 통보 안하고 공격

시리아 공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첫 군사적 행동이다. 지중해 동부해상에 있는 미 해군 구축함에서 발사된 60여발의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이 시리아 공군기지를 타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찬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공격은 국가 안보를 위한 필수조치였다”며 “다른 문명국들도 공격에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다. 공격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로 반군 진영을 공격해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72명이 죽고 300여명이 다친 사건이 발생한 뒤 이틀 만이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시리아 정부군을 후원하는) 러시아에 공격사실을 (사전) 통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진핑 “협력할 준비 됐다”

시리아 공격은 시점 등이 치밀하게 기획됐다. 허버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시리아의 화학무기 공격 후 최소 두 차례 국가안보회의(NSC) 회의가 있었고 수많은 대화가 오갔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세 개의 옵션 중 공격 옵션을 골랐다”며 “화학무기를 실어나른 공군기지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찬장에서 시 주석 부부를 옆에 두고 굳은 얼굴로 “우리는 그동안 중국과 많은 대화를 나눴지만 (북핵, 무역 불균형 문제 등에서) 하나도 얻은 게 없다. 정말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미·중 간 협력을 재차 강조했다.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만찬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미가 협력해야 할 이유는 1000개지만, 관계를 깨뜨릴 이유는 0개”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새 시작점에서 중·미관계를 강화할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국 고사에 ‘만길 높은 누각도 지면에서 시작한다’는 말이 있다”고 소개하며 “서로 의견이 불일치하거나 민감한 문제들은 건설적인 방식으로 처리해 중·미관계가 더욱 성숙해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대북 군사옵션 선택할까

워싱턴 외교가는 북한이 주한·주일 미군을 타격할 핵탄두 미사일을 보유한 상황에서 미국이 대북 공격카드를 쓰기는 힘들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미국의 북핵 해결은 크게 세 갈래로 추진될 전망이다.

북한과 연계된 중국 기업과 금융기관을 직접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으로 중국을 압박하거나, 국제사회를 통한 동시다발적 제재 강화,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북한 군사시설과 지휘부를 겨냥한 군사옵션은 최후의 카드다.

다만 북한이 오는 15일 김일성의 105회 생일(태양절)을 앞두고 6차 핵실험에 나설 조짐을 가시화한다면 선택할 옵션의 순위가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신화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의 방중 초청에 응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박수진/베이징=김동윤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