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부인 아키에 여사.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부인 아키에 여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가 연관돼 논란을 빚은 ‘국유지 헐값 매각’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 감사원에 해당하는 일본 회계검사원이 조사에 착수하면서 정권 스캔들로 번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3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오사카의 학교법인 모리토모학원이 아베 총리의 이름을 딴 초등학교를 짓는다며 모금 활동을 했고, 이 법인이 지난해 6월 정부와 수의계약을 통해 헐값에 부지를 매입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모리토모학원은 작년 정부와 수의계약을 통해 평가액의 14% 수준인 1억3400만엔(약 13억4000만원)에 해당 부지를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학원은 매입한 땅에 4월 개교를 목표로 ‘아베 신조 기념 초등학교’를 지으면서 아키에 여사를 명예교장으로 위촉했다.

아사히신문은 자민당 참의원인 고노이케 요시타다 전 방재담당상 사무소가 모리토모학원으로부터 이 국유지 매입 문제와 관련해 여러 번 진정을 받았고, 이와 관련해 재무성 관계자로부터 받은 회신 내용까지 담긴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고노이케 전 방재담당상 사무소 측은 그동안 중개 사실을 부정했지만 결과적으로 학원 측이 요구한 대로 실현된 경과가 보고서에 나타나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모리토모학원 산하의 쓰카모토유치원은 아이들에게 “아베 총리 힘내라”는 내용의 운동회 선서를 시키고 군국주의 시절 일왕의 교육칙어를 외우게 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아키에 여사는 2015년 9월 이 유치원에 강연을 갈 때 총리관저 직원을 동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회계검사원은 국유지 헐값 매각과 관련해 “정보 수집에 이미 착수했다”며 조사를 개시했음을 시사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17일 국회에서 “(내 이름이 사용된 것을) 처음 들었다”며 “나와 처가 관계가 있다면 총리도, 국회의원도 모두 그만두겠다”고 부인했다. 아키에 여사는 논란이 되자 지난달 24일 학교 명예교장직을 사퇴했다.

이번 스캔들은 아베 총리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달 24~26일 벌인 전화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60%로 지난 1월 조사 때보다 6%포인트 떨어졌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