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시중은행이 견딜 수 있는 수준을 나타내는 조정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 비중)이 최근 중국에서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따르면 지난 6월30일 기준 중국 시중은행들의 조정 예대율은 80%로 나타났다. 소규모 은행은 100%를 웃돌았다. 조정 예대율은 유사 대출상품 등 회계장부에 잡히지 않는 대출을 포함한다.

S&P가 계산한 중국 50대 은행의 조정 예대율은 공식 예대율보다 매우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중국 시중은행의 건전성이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는 뜻이다. 조정 예대율은 2013년 70% 수준이었지만 3년 만에 10%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지난 9월 중국 시중은행의 공식 예대율은 67%로 지난해 10월(66%)과 비교하면 불과 1%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S&P는 시중은행들의 신용대출을 늘리기 위한 중국 정부의 방침이 부작용을 낳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예대율을 최대 75%로 제한한 규정을 없앴다. 당시에는 시중에 돈이 돌지 않아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에 시달리자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

앞으로 2~3년 내 예대율을 낮추지 않으면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S&P는 경고했다. 랴오챵 S&P 수석 애널리스트는 “예대율이 100%에 도달하면 예금주들이 더 이상 은행을 신뢰하지 않아 금융시스템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용평가사 피치의 조너선 코니쉬 아시아은행 평가책임자는 “대출액이 예금액을 넘어서면 시중은행은 은행간 금융에 의존하게 되고, 중국 인민은행은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으로 성장이 둔화되면 중소기업들이 대출을 상환할 수 없게 돼 은행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