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동맹·기후변화·무역 등 미국 주요정책의 극적인 방향전환을 예고한 가운데 유럽연합(EU) 지도부가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EU의 행정부 수장 격인 장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은 10일 베를린에서 열린 비즈니스 관련 행사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향후 몇 달간 주요정책에 대한 그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고 EU 전문매체인 'EU옵서버'를 비롯해 언론들이 11일 보도했다.

융커 위원장은 "나토 동맹에 대해 트럼프가 어떤 의도를 가졌는지 알고 싶고, 그가 추구하는 기후정책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면서 "이런 것이 향후 몇 달 안에 말끔히 해소돼야만 한다"고 말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당선 이후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국방·환경정책 등에서 '고립주의'로 나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융커 위원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EU와 미국 간 협상 중인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음을 지적한 뒤 "우리는 (트럼프 당선인의) 글로벌 무역정책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해서도 알아야겠다"고 밝혔다.

앞서 TTIP 협상을 담당해온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집행위원은 지난 9일 "EU 관리들은 TTIP 협상에서 트럼프 당선인으로부터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 솔직히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온실가스 감축과 지구온난화 방지를 목적으로 하고 있고 최근 비준된 파리기후협정에 대해 그동안 미국의 탈퇴를 위협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12년 지구온난화를 미국의 제조업을 비(非)경쟁적으로 만들려는 중국에 의해, 중국을 위해 만들어진 음모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파리협정은 3년간 탈퇴를 금지하고, 탈퇴를 하려 해도 1년간 예고 기간을 두도록 하고 있어 탈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의 '친 화석연료 정책'이 그동안 추진해온 미국의 재생 에너지 드라이브 정책을 혼돈에 빠지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