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8일(현지시간) 예상을 깨고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가운데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나 힐러리 클린턴 후보 대신 이미 숨진 유명 고릴라에 투표했다고 주장하는 트위터 게시물이 나돌고 있다.

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레프 등은 미 대선에서 고릴라인 하람베에게 표를 주었다며 투표용지를 촬영한 사진이 트위터에 퍼지고 있으며, 하람베를 언급한 트위터 게시물도 40만여건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하람베는 지난 5월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동물원에서 4살 남자아이가 고릴라 우리에 떨어지자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동물원 관계자에 의해 사살된 수컷 고릴라다.

멸종 위기의 롤런드 고릴라인 하람베가 불의의 사고로 그야말로 황망하게 세상을 떠났다는 것에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으면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미 대선 투표용지에는 정식 후보 명단에는 없는 사람의 이름을 직접 기입해서 투표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이곳에 하람베의 이름이 등장한 것이다.

어떤 사람은 트위터를 통해 하람베가 이번 대선에서 1만1천표 이상을 얻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게시물은 수천명이 공유했지만, 진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제 해커집단인 어나니머스와 연계된 트위터 계정도 이번 대선에서 1만4천여명이 하람베에게 투표했다고 적었다.

그러나 미국 온라인 매체 복스(VOX)는 유권자 일부가 하람베의 이름을 적었을지언정 하람베가 1만표 이상 득표했다는 주장 자체는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주 마다 방식이 다르긴 하지만 기존 후보 외에 다른 사람의 이름을 적어 낸 투표용지는 통상 집계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30개 이상의 주에서 투표 용지에 이름이 적혀있지 않은 사람의 표를 별도로 집계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서류를 통해 신청해야 하는데 하람베는 이미 사망한데다 고릴라이기 때문에 집계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트위터에 떠도는 것처럼 하람베가 최대 1만4천표를 득표했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도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 투표가 진행되기 전 당사자가 별도로 등록한 경우를 제외하면 특정인의 이름을 적은 투표 용지는 집계되지 않으며, 일부 주에서는 아예 다른 이름을 적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주장에 일부 미국인들은 중요한 표를 낭비했다며 분노하고 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다 큰 성인이 유권자 등록을 한 뒤 줄을 서서 기다려서는 투표 용지에 하람베라고 적었다고? 이런 망할"이라며 힐난했다.

또 다른 이는 "당신이 바로 잘못된 미국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고 적었고 "이러니까 트럼프가 당선되지" "자랑스러우냐" "멍청이" 등과 같은 비난도 있었다.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gogo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