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8일(현지시간) 치러진 45대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대이변을 연출하며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8년 만의 보수당 재집권이다. 공화당에서도 ‘아웃사이더’로 평가받던 트럼프가 세계 최강국 리더가 되면서 그 파장에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기치로 내걸고 극단적 보호무역주의 등 선거기간 내내 기존 노선을 뒤엎는 공약을 제시한 트럼프의 집권으로 국제 정치는 물론 외교·안보, 경제·통상 등 모든 분야에서 세계 질서의 거대한 변화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소규모 개방경제’에 의존해 온 한국은 국가 리더십이 붕괴한 상황에서 세계 질서 변화에 무방비로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경제·외교·안보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퍼펙트 스톰’이 몰아칠 것에 대비해 정부, 정치권 할 것 없이 모든 주체가 합심해 치밀한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 외교는 한때 미국으로부터 중국에 기울어졌다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엔화 가치 절하까지 용인받은 일본은 트럼프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 다시 발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14일 가와이 가쓰유키 총리보좌관을 미국에 보내기로 하는 등 트럼프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은 보호무역주의 흐름의 선봉에 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세계 교역량 위축으로 한국 수출은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는 유세 기간 한·미 FTA에 대해 “미국 내 일자리를 죽이는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철강 등 한국의 주력 수출 업종에 반덤핑·상계관세 공세를 강화하고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외교·안보분야도 충격이 예상된다. 트럼프는 주한미군 방위비 100% 분담을 주장해 왔다. 2018년이 시한인 5년 단위 협상을 기다리지 않고 당장 내년부터 방위비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에 핵개발 중단을 요구하면서도 북한과의 직접 대화 가능성을 시사함에 따라 대북 정책기조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트럼프의 당선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견해도 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는 기업인 출신으로 ‘원칙’보다 ‘실리’를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바탕으로 정부와 정치권이 치밀한 대응책을 마련한다면 기회 요인으로 바꿀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워싱턴=박수진 특파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