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의 '대선 개입' 논란 속 클린턴 '수세' 국면…트럼프 뒤집기 총력전
일부 여론조사서 트럼프 1%p차 추격 vs 힐러리 선거인단 '매직넘버' 7명 남아
인신공격 난무 '막장 드라마 극치' 대선 후유증 상당할 듯

미국 대선이 1일(현지시간)로 꼭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이 출사표를 던진 지 20개월, 그녀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가 각각 지난 7월 전당대회에서 후보로 선출돼 격돌한 100여 일의 대장정 끝에 어느덧 '세기의 승부'는 종착점에 이르렀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클린턴이 거뜬히 첫 여성 대통령이 돼 240년 미국사를 새로 쓸 것이라는 기대가 팽배했다.

미국 백인 저소득층의 분노와 포퓰리즘에 힘입어 16명의 경쟁자를 꺾고 본선에 진출하는 '아웃사이더' 기염을 토한 트럼프는 3차례의 TV토론에서 완패하고 성추문·음담패설의 지저분한 논란에 휘말리며 난파하는 듯 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반전이 대선을 11일 앞둔 지난달 28일 발생해 판세는 다시 요동치고 있다.

클린턴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꼽혔던 '이메일 스캔들', 즉 국무장관 시절 사설 이메일로 비밀이 포함된 국가 공무를 다룬 사건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했던 연방수사국(FBI)이 이날 돌연 재수사 방침을 의회에 밝힌 것이다.

'대선 개입' 논란을 부른 제임스 코미 국장의 돌발적 결정으로 대선은 다시 예단이 힘든 혼돈 국면으로 빠져들었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CNN은 "사흘 전까지만 해도 대선 승리에 안착하는 듯했던 클린턴이 갑자기 수세에 몰렸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코미 국장의 행위가 연방법 위반이라며 사퇴를 압박하는 등 맹폭을 퍼부었다.

스티브 코언 하원의원은 31일 성명에서 "일부 의원들이 코미 국장의 '해치법'(Hatch Act) 위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며 "코미 국장은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치법은 연방 공무원의 활동이 선거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연방법률이다.

클린턴은 1일 오하이오 주 켄트에서 한 유세에서 "지금 그들(FBI)이 내 참모 중 한 명의 이메일들을 보려고 하는 데 좋다, 꼭 보기를 바란다.

그들이 지난해 내 이메일들을 들여본 뒤 내린 것과 똑같은 결론에 이르게 될 것"이라며 "이번에도 문제없다"고 주장했다.

정면돌파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반면 '놀라운' 최후의 기회를 얻은 트럼프는 10월의 폭탄'으로 언론이 칭한 FBI의 이메일 재수사 방침을 한껏 활용해 자신에게 등을 돌린 보수층과 부동층의 표심을 잡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그는 미시간 주 유세에서 수사 재개를 결정한 "제임스 코미 국장이 이 행위를 통해 평판을 회복했다"며 "클린턴 부부의 시대를 끝내자"고 강조했다.

또 그는 애초 코미 국장이 지난 7월 '이메일 스캔들'에 대해 불기소를 권고한 결정에 동의하지 않았다면서 "나는 그의 팬이 아니었지만, 결정을 바꾸는 데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실제 선거가 막바지에 이르는 가운데 이메일 재수사를 계기로 보수층이 뭉치는 흐름을 보여주는 여론조사 결과가 하나둘 나왔다.

경제전문매체 IBD와 여론조사기관 TIPP가 투표 의사가 있는 유권자 993명을 상대로 3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은 45%, 트럼프는 44%로 각각 나타났다.

재수사 방침이 공개된 다음 날인 29일 조사에서는 클린턴이 4%포인트 앞섰으나 이틀 만에 바짝 좁혀진 것이다.

반면 같은 날 NBC뉴스와 여론조사기관 서베이몽키의 발표를 보면 클린턴과 트럼프의 지지율은 각각 47%와 41%로 6%포인트 격차였다.

한 주 전에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클린턴과 트럼프가 각각 46%와 41%의 지지율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할 때 클린턴의 이메일 문제에 대한 재조사가 이렇다 할 지지율 변화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NBC뉴스는 설명했다.

선거인단 확보 경쟁을 보면 클린턴의 우세가 뚜렷하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 집계에 따르면 클린턴은 '매직넘버'에 7명 부족한 263명을 확보했다.

경합주 1곳 정도만 추가로 확보하면 대선에 승리할 수 있다.

트럼프가 확보한 선거인단은 164명에 그쳤다.

미 전역에서 2천100만 명이 참여한 조기투표의 흐름도 클린턴에게 유리하다.

노스캐롤라이나와 콜로라도, 네바다 등 경합주에서 민주당 등록유권자의 발길이 더 많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클린턴은 남은 일주일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노스캐롤라이나 등 초경합지 유세에 전념할 계획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 등이 연설지원에 나선다.

트럼프 역시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노스캐롤라이나, 아이오와, 뉴햄프셔, 네바다 등 공화당 성향 주의 유세에 집중한다.

한편 누가 되더라도 후유증은 상당할 전망이다.

트럼프의 음담패설 녹음파일 파문과 성추행 의혹,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 등으로 대선전이 정책 논쟁은 사라지고 인신공격이 난무한 '막장 드라마'의 극치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는 이번 선거가 조작됐다며 '대선 불복'까지 강력히 시사하고 11월 8일 이후 미국의 민주주의는 다시 시험대에 오를지 모른다.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