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공개 포데스타 이메일에 수록…보즈워스 방북수용도 요구
이메일에 빌을 "美·北 공동의 미래를 믿는 사람"으로 묘사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2009년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북미대화와 6자회담의 병행을 제안했음을 시사하는 문서가 공개됐다.

미국 폭로전문매체 '위키리크스'가 최근 공개한 존 포데스타 힐러리 클린턴 선거대책본부장의 해킹된 이메일들 가운데 포함된 문서다.

30일(현지시간) 위키리크스에 따르면 약 8쪽 분량인 이 문서의 제목은 '클린턴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 사이의 대화 내용'이고, 2009년 8월 4일 오후 5시 5분부터 오후 6시 5분 사이에 이뤄진 대화다.

문서를 보면 "미국과 북한의 공동의 미래를 믿는 사람으로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 일본, 한국, 러시아와 구축한 관계를 활용하기 위해 북미 양자 대화 추진과 6자회담 복원을 병행하는 방안이 가능한지를 놓고 북한 지도부가 토론해 볼 것을 제안했다"고 씌어 있다.

이에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은 '(북미) 양자 대화를 추진하면서 6자회담을 살리는 방안을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며 '6자회담을 추진하면서 (북미) 양자대화를 소홀히 하면 적대관계를 해소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김 전 국방위원장을 면담한 시점은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한 지 약 3개월 뒤였고, 북한은 당시 6자회담 복귀 대신 북미 양자접촉을 주장하고 있었다.

위키리크스 공개 문서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북한 방문을 허용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는 대목도 담겼다.

2009년 2월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임명된 보즈워스에 대해 당시 북한은 방문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문서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김 전 국방위원장에게 불가침선언이나 평화협정에 대해서도 '적절한 노력으로 달성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하면서도 '한국과 일본에서 북한이 그들(한·일)의 우려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먼저 믿어야 할 것'이라는 의사를 전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이 이메일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측근인 더그 밴드가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스탠퍼드대 한국학연구소 부소장으로부터 받은 이메일을 포데스타 선대본부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또 이 이메일에 따르면 밴드와 스트라우브 부소장은 클린턴 전 대통령과 김 전 국방위원장의 면담에 배석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