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6명 피살…최근 3년 연속 두 자릿수 희생
허술한 총기규제·수사력 떨어져…'두테르테 효과'도 아직은 한계


필리핀에서 또다시 한국인이 살해됨에 따라 교민과 여행객들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두테르테 행정부가 '강력범죄와의 전쟁'을 수행 중이지만 현지 치안 우려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1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북서쪽으로 약 75km 떨어진 바콜로에서 한국인 3명이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아직 초동 수사 단계로 사건 경위가 밝혀지지 않아 필리핀 현지인 소행 여부나 살해 동기 등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들이 모두 피살로 결론 나면 올해 들어 필리핀에서 살해된 한국인은 6명으로 늘어난다.

올해 발생한 한국인 피살 사건은 마닐라 주변에 집중됐다.

지난 2월 한국 지방대 교수 출신의 교민 박 모(68) 씨가 마닐라 외곽 카비테주의 자택에서 흉기에 찔려 숨졌고, 5월 마닐라 외곽 라구나 주 칼람바시에서 장 모(32) 씨가 집 근처에 주차해놓은 승용차에 타려다가 괴한의 총격을 받아 목숨을 잃었다.

또 같은 5월 마닐라 북부 따이따이시에서 한국인 개신교 선교사 심 모(57) 씨가 괴한이 휘두른 둔기에 맞아 숨졌다.

필리핀에서 살해된 한국인은 2012년 6명에서 2013년 12명으로 급증했으며 2014년 10명, 2015년 11명으로 3년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필리핀에서는 빈곤과 구멍 뚫린 총기규제 탓에 각종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그 피해는 외국인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한국 정부는 한국과 필리핀 경찰이 한국인 대상 범죄를 전담 처리하는 '코리안 데스크'를 올해 들어 5개 지역에 추가로 설치하는 등 대응 태세를 강화했지만, 교민 9만여 명에 연간 한국인 방문자가 100만 명이 넘는 상황에서 예방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월 말 취임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 및 강력 범죄에 초강경 대응하고 있어 한국인 피해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100만 정 이상의 총기가 불법 유통된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총기 규제가 허술한 상황을 개선하지 않는 한 현지 치안은 안심할 수 없어 보인다.

또 필리핀 경찰의 수사력도 범죄 빈발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지문 감식과 통신조회 등에서 첨단 수사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아 현지에서 강력사건이 발생할 경우 신속한 범인 검거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범죄 표적이 되지 않도록 재력 과시를 삼가고 현지인이나 다른 한인과의 분쟁을 피하며 치안이 좋은 주거지를 선택할 것을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은 당부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