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지지율 상승세, 당선 가능성 97%까지 올라
당 내분 위기 속 트럼프 지지자 결집 현상도


미국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에 10%포인트 안팎의 지지율 우위를 보였다.

클린턴이 '음담패설 녹음파일'의 직격탄을 맞은 트럼프를 상대로 승기를 굳혀 가는 모양새지만 위기를 느낀 공화당원들의 결집 현상에 트럼프의 반격 분위기도 감지된다.

11일(현지시간) 미국의 비영리단체 공공종교연구소(PRRI)와 애틀랜틱의 공동 여론조사(10월5∼9일·1천327명) 결과에 따르면 클린턴은 49%의 지지를 얻어 38%에 그친 트럼프를 11%포인트 앞섰다.

두 사람의 지지율은 9월 말(22∼25일) 조사 때 43%로 똑같았으나 직후 조사(9월 28∼10월 2일)에서 47%대 41%대로 6%포인트로 벌어진 뒤 이번에 격차가 더 커졌다.

이는 저속한 표현으로 유부녀 유혹 경험을 자랑한 '음담패설 녹음파일' 폭로 후 트럼프의 지지층이 이탈하고 부동층이 클린턴 쪽으로 이동한 데 따른 현상으로 보인다.

실제 여성 유권자 사이의 지지율을 보면 클린턴이 61%를 기록한 반면 트럼프 28%에 머물렀다.

다만 남성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가 48%로, 37%를 얻은 클린턴에 11%포인트 앞섰다.

클린턴의 전체적인 지지율 상승세는 다른 매체와 기관의 조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두 후보의 격차는 지난주 조사 때(5%포인트)보다 3%포인트 늘어났다.

응답자의 42%는 트럼프의 음담패설이 대통령 자질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답했다.

등록 공화당원 가운데 트럼프의 자질을 부정적으로 본 비율은 19%였다.

전날 공개된 NBC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공동 여론조사(10월 8∼9일·500명)를 보면 클린턴과 트럼프의 지지율은 46%대 35%로 11%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

이 매체의 지난달 16일 조사 때 지지율 격차는 6%포인트였다.

특히 제3당 후보를 제외한 클린턴(52%)과 트럼프(38%)의 맞대결 양자구도에서 지지율 격차가 14%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매일 당선 가능성을 업데이트하는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클린턴과 트럼프의 당선확률을 각각 88%, 12%로 예상했다.

선거 데이터 분석 전문 '파이브서티에잇(538)'과 미국 프린스턴대학의 '프린스턴 선거 컨소시엄'도 클린턴의 당선 가능성을 각각 84%, 97%로 제시했다.

클린턴이 대세를 굳혀 가는 분위기지만 '공화당 결집'이란 변수도 생겼다.

NBC뉴스와 WSJ가 2차 TV토론 다음 날인 10일 400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클린턴과 트럼프의 지지율 격차는 7%포인트로 좁혀졌다.

토론 전날과 당일 조사에서의 격차(11%포인트)보다 4%포인트 줄었다.

트럼프가 음담패설 파문이라는 대형 악재 속에서도 2차 TV토론을 계기로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여론조사를 진행한 공화당 측 전문가인 빌 매킨터프는 WSJ에 "주말을 거치고 공화당원들이 다시 한 번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공고히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됐다.

2차 토론 직전에는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를 계속 후보로 밀어야 한다"는 공화당원들의 견해가 39% 정도였으나, 토론 다음 날에는 45%까지 올라갔다.

트럼프를 중도 하차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토론 전 14%에서 토론 후에는 6%로 떨어졌다.

토론 후에는 공화당원의 89%가 양자 대결에서 트럼프에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토론 직전에는 이 비율이 74%였다.

음담패설 파문 이후 공화당의 일인자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트럼프 버리기' 카드를 꺼내 들면서 당 내분이 심해지자 트럼프 지지자들의 결집은 더욱 두드러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심인성 김화영 특파원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