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된 벵트 홀름스트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운데)가 10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MIT 교정에서 이심기 한국경제신문 뉴욕특파원(오른쪽)의 질문을 듣고 있다. 케임브리지AFP연합뉴스
올해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된 벵트 홀름스트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운데)가 10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MIT 교정에서 이심기 한국경제신문 뉴욕특파원(오른쪽)의 질문을 듣고 있다. 케임브리지AFP연합뉴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벵트 홀름스트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10일(현지시간) “가족경영은 장점이 많은 지배구조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다만 투명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홀름스트룀 교수는 이날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MIT 경영대학원에서 열린 노벨상 수상자 선정 기자회견에서 “창업자 집안 혹은 기업 오너가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책임경영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대신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이사회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오너 경영이 개인 목표를 추구하거나 우수한 외부인사를 영입하는 데 장벽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투명성이 지나치면 모든 논의과정이 외부에 노출되면서 경영행위가 시시각각 검증받게 돼 오히려 위험하다”며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구성원의 태도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홀름스트룀 교수는 이날 올리버 하트 하버드대 교수와 함께 미시분야의 ‘계약이론’을 개척한 공로로 노벨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 모든 경제행위를 계약관계라는 틀로 분석한 이 이론은 노사문제에서부터 기업 지배구조, 공기업 민영화, 금융회사 규제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홀름스트룀 교수는 기업경영과 지배구조에 관한 해답은 시장에 있다고 기자회견에서 강조했다. 일례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최고경영진에 대한 막대한 보상은 “수요와 공급의 시장원리가 작용한 결과”라며 “적절한 보상 수준은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액수보다 “단기성과에 대한 보상이 기업과 주주의 장기이익과 연결되지 않고, 보상체계가 지나치게 복잡한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회계부정으로 2006년 파산한 당시 미국 최대 에너지 기업 엔론이 대표적인 실패 사례라고 꼽았다.

홀름스트룀 교수는 중국의 국영기업을 예로 들며 “경쟁에 노출되지 않은 조직은 적절하게 관리하기 어렵고, 경영진의 기여분도 산정하기 힘들다”며 시장의 역할을 강조했다. “정부도 시장기능이 적절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기울어진 운동장’을 없애야 한다”고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을 주문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기업들이 해외에서 경쟁하도록 하는 것이 좋은 정책 방향”이라고 권고했다. 기업들이 내수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밖으로 나가게 해야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며 정부의 역할은 여기에 맞춰져야 한다고 했다.

케임브리지=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