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선거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한 해에 9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기록해 10여 년간 소득세를 면제받았을 것이라는 보도와 관련한 파문이 이어지고 있다.

'뛰어난 기업인'으로 자랑해 온 트럼프의 경영능력에 의구심을 자아내는 것은 물론, 거액의 소득세 납부를 피하려고 회계상의 술책을 동원했을 것이라는 의혹까지 꿈틀거리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1995년 세금 기록을 근거로 트럼프가 18년 동안 연방소득세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도한 뉴욕타임스는 2일 트럼프가 부동산 디벨로퍼에 유리하게 돼 있는 세제와 회계제도를 활용했을 가능성을 후속 보도했다.

'어반-브루킹스 세금정책센터'(Urban-Brookings Tax Policy Center)의 부동산 전문가인 스티븐 로젠탈은 "세제가 부자에게 유리하게 돼 있다는 것이 명확해졌다"며 "기업이 수익을 내도록 압박하는 방향으로 세제가 바뀌도록 미국인들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987년 개편된 세제로 말미암아 "부동산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는 분야는 없다"면서 "당시의 세제 개편은 부동산을 좋게 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로비와 부동산의 영향력이 만든 기념비적인 일이었다"고 조롱했다.

세제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1995년에 9억1천600만 달러(약 1조111억 원)의 손실을 봤다고 신고한 영향으로 세금공제 혜택을 받아 상당 기간 합법적으로 세금을 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금액의 손실을 신고한 것을 곧이곧대로 보지 않는 시각도 있다.

로젠탈은 "손실을 본 이유를 설명하는 자료가 공개되면 합법적인 손실인지, 아니면 회계 전술을 동원한 것인지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규모 적자가 '회계적인 방법'을 동원한 결과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대규모 손실을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었던 회계 전략은 여러 가지라고 전했다.

우선 자산을 감가상각하게 하는 조항(Abandonment)을 활용했을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 조항은 투자자들이 가치가 없어진 자산을 포기하고 빠져나갈 때 사용하는 전략으로 트럼프가 투자 자산의 가치를 '0'으로 하거나 낮게 잡았을 수 있다.

회계술책과 관련된 의혹과 별개로 트럼프의 경영능력에 대한 불신은 커지고 있다.

펜실베이니아대 로스쿨의 부동산전문 교수인 마이클 놀은 "손실이 너무 커서 15∼20년간 연방소득세를 낼 수 없었다면 놀랄 만한 일이다.

이런 상황에 있는 사람이 대통령에 출마했다는 것은 더 놀랄 일이다"고 꼬집었다.

보수성향의 성장 위주 정책을 지지하는 '아메리칸 액션 포럼'(American Action Forum)의 더글러스 홀츠-이킨 회장도 "여러 개의 불행이 겹친 결과이거나 아니면 트럼프가 최악의 기업인이었을 것이다.

또는 이들 두 개 모두일 수 있다"면서 "수십억 달러를 잃고 기업을 유지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박성제 특파원 su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