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경찰, 인권보호 차원 용의자 얼굴공개 금지 명령에 대안

태국 방콕 경찰이 언론을 대상으로 한 사건 브리핑에 용의자 사진 대신 인기 모바일 게임 '포케몬 고'에 등장하는 캐릭터 그림을 들고나와 주목을 받았다.

10일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방콕 경찰은 최근 들어 범죄사건 브리핑 때 수배 중인 용의자의 얼굴 사진 대신 포켓몬 캐릭터 그림을 넣은 자료를 사용하고 있다.

이날 진행된 방콕 광역경찰국의 마약 조직 관련 수사 브리핑에서 사용된 현황판에는 검거되지 않은 용의자의 사진 대신 '피카츄'와 '파이리' 등 포켓몬에 등장하는 캐릭터 사진이 들어갔다.

경찰이 용의자 사진 대신 포켓몬 캐릭터 그림을 들고 나온 것은 용의자의 신원 보호 차원인 것으로 보인다.

태국 경찰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용의자의 자세한 신원은 물론 얼굴도 일반에 공개했다.

언론을 대상으로 한 사건 브리핑 때는 검거된 용의자들을 경찰서 앞마당에 앉혀 놓은 채 촬영도 허용했다.

그러나 이런 적나라한 신상 공개가 범죄자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태국 법무부 인권자유보호국은 범죄자 인권보호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했고, 군부 최고 지도자인 쁘라윳 찬-오차 총리가 이를 검토한 뒤 지난 3일 범죄자 얼굴공개 금지 명령을 내렸다.

당시 쁘라윳 총리는 "경찰의 언론 브리핑은 수사 진행 상황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며, 용의자가 브리핑에 끌려 나와서는 안 된다"며 "용의자가 추후 무죄 판결을 받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