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지난해 터키 전투기의 러시아 전폭기 격추 사건으로 훼손됐던 양국 관계를 전면 복원하기로 합의했다.

푸틴은 터키에 대한 경제 제재를 단계적으로 해제해 나가겠다고 밝혔고, 에르도안은 에너지 분야 양국 협력 프로젝트 이행을 가속하겠다고 화답했다. 지난해 11월 터키 전투기의 러시아 전폭기 격추 사건으로 양국 관계가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한 지 8개월여 만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달 중순 발생한 자국 군부의 쿠데타 시도 이후 첫 외국 방문지로 러시아를 선택해 푸틴과 극적인 화해를 이루는 데 성공했다.

푸틴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콘스탄틴 궁에서 3시간 이상 에르도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국의 정상적이고 전면적인 관계 복원을 위한 모든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했으며 러시아는 그러한 일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에르도안도 "러시아와의 관계를 위기 이전 수준은 물론 그보다 더 진전된 높은 수준으로 올려놓길 원하며 터키는 이를 위한 정치적 의지가 있다"고 화답했다.

푸틴은 이어 "전폭기 피격 사건 이후 터키에 취한 경제 제재를 점진적으로 해제해 나갈 것"이라며 "터키로의 전세기 운항을 조만간 재개하고 러시아 내 터키 기업 및 터키인들의 노동 활동에 대한 제한도 가까운 시일 내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측은 이날 회담에서 전폭기 피격 사건으로 잠정 중단됐던 러시아의 터키 내 '아쿠유' 원자력발전 건설 사업과 2014년부터 추진해오던 양국 연결 가스관 '터키 스트림' 건설 사업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에르도안은 터키 스트림 프로젝트 추진을 가속하고 아쿠유 프로젝트엔 전략적 투자 지위를 부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정상회담은 양국 간 관계 회복이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는 양국 지도부의 판단에 따라 성사된 것으로 분석된다.

난민 문제, EU 가입 문제 등으로 유럽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오던 터키는 쿠데타 관련 세력에 대한 초강경 대응으로 EU와 마찰을 빚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시리아 군사개입 등으로 서방과 '제2의 냉전'을 방불케 하는 갈등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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