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투표서 65세이상 60% 탈퇴 지지…레드섬 지지 높을듯"
2001년 경선 때 의원투표가 당원투표로 뒤집힌 전례도 있어

영국 차기 총리가 될 집권 보수당 대표 경선에서 보수당원들의 높은 연령대가 괄목할 변수로 떠올랐다.

테리사 메이(59) 내무장관이 의원투표에서 앤드리아 레드섬(53) 에너지차관에 멀찍이 앞서고 있지만 레드섬 차관의 정책성향이 고령 유권자들의 구미에 더 맞아 대역전극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추정된 보수당원 평균 연령은 68세에 달한다.

지난달 23일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에서 노년층의 탈퇴 지지율이 높았다는 점에서 당 소속 하원의원들에게 투표권이 있던 1, 2차 투표와 달리 일반 당원 투표로 진행되는 결선에서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론 전문가인 마이클 애슈크로프트 경이 브렉시트 투표 직후 1만2천36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5세 이상 60%가 탈퇴에 투표했다.

55∼64세는 57%, 45∼54세는 56%, 35∼44세는 48%, 25∼34세는 38%로 연령대가 높을수록 탈퇴 지지율이 높았다.

브렉시트 투표 운동 기간에 메이는 소극적인 잔류파였고 레드섬은 적극적인 탈퇴파였다.

애초 유럽회의론에 가까웠던 메이는 투표 이후 국민의 뜻대로 브렉시트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EU와의 탈퇴 협상에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진행하겠다는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반면 레드섬은 신속한 탈퇴 협상을 주장하고 유럽 단일시장 접근권에 연연하지 않는 등 탈퇴에 더 적극적인 태도다.

투표 기간 탈퇴진영을 앞에서 이끈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의 지지 선언도 받아냈다.

보수당 내에서 브렉시트 투표에 따른 분열을 봉합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큰 가운데 신중하고 절충적인 견해를 보인 메이는 1, 2차 경선에서 165표, 199표를 얻어 레드섬(66표, 84표)에 압도적으로 앞섰다.

그러나 최종 투표는 13만∼15만명 당원들이 9월 8일까지 시간을 두고 우편으로 참여하는 데다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중·노년층 보수당원이 많다는 특성상 레드섬이 앞으로 치고 나갈 가능성이 작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메이 지지자들과 보수당 중도파들은 레드섬이 "수년간 중도화한 보수당을 뒤집어야 한다"는 메시지로 당원들의 지지를 끌어내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레드섬은 캐머런 총리의 동성간 결혼을 지지하지 않으며 동물 학대 논란 끝에 법으로 금지된 여우사냥 전통의 부활을 지지하는 등 메이보다 오른쪽에 서 있다.

게다가 풀뿌리운동에 적극적인 당원들에게 인기가 많은 존슨 전 시장을 내각에 포함하는 카드를 쓸 경우 레드섬 지지는 더 높아질 수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보수당 대표 경선에서 의원 투표와 당원 투표의 결과가 달랐던 전례도 있다.

2001년 보수당 대표 경선 때 우파 인사인 이언 덩컨 스미스는 경선 초반만 하더라도 결선 진출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됐다가 의원들의 3차 투표에서 케네스 클라크 전 재무장관에 이은 2위로 결선에 올랐지만, 결국 당원 투표에서 당권을 차지했다.

그 당시에도 친유럽파인 클라크와 더 강경한 태도의 덩컨 스미스의 경쟁 구도가 펼쳐졌고 결과적으로 당원들은 덩컨 스미스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적했다.

당시 덩컨 스미스를 지지했던 유럽회의론자 하원의원 일부는 이미 레드섬 지지를 선언한 상태다.

2005년 보수당 대표 경선에서도 초반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데이비드 데이비스가 1차 투표 때 선두였지만, 캐머런 총리가 2차 투표에서 앞으로 치고 나왔고 결국 당원 투표에서 승리를 거뒀다.

당원들 사이에서의 여론은 아직은 뚜렷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보수당 지지 활동가들이 만든 웹사이트 '컨서버티브홈(ConservativeHome)'이 1천214명에게 물어 지난 4일 발표한 조사 결과, 레드섬 지지율이 38%로 오히려 메이(37%)보다 앞섰다.

반대로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보수당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5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메이와 레드섬 양자 대결에서 메이가 63% 대 31%로 압도적으로 앞섰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