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으로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하자 영국 부동산을 저가 매입하려는 중국 고액 자산가가 늘어나고 있다.

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24일 영국의 EU 탈퇴 결정 이후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해외부동산 중개사이트 쥐와이닷컴을 통해 중국인이 영국 내 부동산을 검색한 건수는 평소 대비 두 배 급증했다. 탈퇴 찬반 투표날 이후 파운드화 가치가 31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중국 고액 자산가들이 런던 등 영국 대도시 지역 아파트를 사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중국 남부 대도시 선전의 고액 자산가 쥐메이 씨는 그동안 일본 도쿄에 있는 아파트를 구입하려고 준비 중이었다. 그러나 지난 주말 영국의 EU 탈퇴 결정 소식을 접하고 런던에 있는 아파트를 매수하는 쪽으로 마음을 바꿨다. 파운드화 가치 급락으로 중국 위안화로 환산한 영국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쥐와이닷컴에 등록된 매물 중 런던 카나리워프 금융지구에 있는 92㎡짜리 아파트는 89만9950유로에 올라와 있지만 위안화로 환산한 가격은 24일 이후 10% 싸졌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 투자자의 영국 부동산 투자는 지난 1분기 전년 동기보다 2% 감소했다. 최근 1년 새 부동산 가격이 10% 이상 급등한 영향이 컸다. 중국인의 영국 부동산 투자가 재개되면 런던 등 대도시 지역 부동산시장 흐름도 바뀔 수 있다고 WSJ는 전망했다.

중국 부동산업체와 자산운용사 역시 파운드화 가치 급락을 계기로 영국 부동산 투자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작년부터 영국 부동산시장 투자를 시작한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업체 완커는 “영국 부동산시장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라며 “브렉시트를 투자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대표적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인 푸싱그룹도 “향후 영국에서 적극적으로 투자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