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당선인 20일 취임…"대만 헌정·민주원칙 존중해야"

오는 20일 취임하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 당선인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간 '하나의 중국' 합의가 이뤄진 역사적 회담을 취임사에 언급하며 중국의 압박을 빠져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대만 경제일보 등에 따르면 차이 당선인은 취임사에서 중국이 압박해온 92공식(九二共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이나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대신 '92회담'이 열렸다는 역사적 사실을 언급함으로써 중국의 압박을 우회적으로 피해갈 전망이다.

92회담이란 1992년 11월 중국의 해협양안관계협회와 대만의 해협교류기금회가 92공식에 합의한 회담을 말한다.

이듬해 4월에는 왕다오한(汪道涵) 해협회장과 구전푸(辜振甫) 해기회장이 싱가포르에서 양안 고위당국자 간에 첫 공식접촉이 이뤄졌다.

차이 당선인이 그간 밝혀온 양안 현상유지 주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만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우자오셰((吳釗燮) 국가안보회의 비서장 내정자 등 5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는 차이 당선인 취임사 작성을 맡아 이미 골자를 완성한 상태다.

마지막 차이 당선인의 검수만을 남겨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사는 3차 정권교체의 의미, 대만이 직면한 도전, 양안관계, 국제 대외환경 등 4대 부문으로 나뉘었으며 산업구조개편, 경제진흥, 장기요양간병 정책, 연금개혁 문제 등 내정을 위주로 발언하게 된다.

대내외적 관심이 쏠리고 있는 양안관계 부분에서 '92공식'이나 '하나의 중국' 수용은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차이 당선인이 지난해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행한 연설 내용을 바탕으로 92회담의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고 양안이 구존동이(求存同異·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같은 점을 먼저 찾는 것) 정신을 정치기초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아울러 '중화민국'(대만)의 현행 헌정체제와 대만의 민주원칙을 존중해야 한다는데 방점을 찍을 방침이다.

취임사에 예상에 없었던 돌발적인 내용이나 도발적 내용은 담기지 않을 것이라고 한 당국자가 전했다.

차이 당선인의 한 핵심 측근은 취임사 작성 과정에서 미국과도 협의했으며 양안관계 기조에 대해 미국도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밖에 외교 측면에서는 동남아 국가를 대상으로 한 '신남향'(新南向) 정책의 추진 의사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이 정책은 과거 대만 기업들의 동남아 투자를 늘리는 남진정책에서 탈피해 보다 다원적이고 다층적으로 동반자 협력관계를 모색하겠다는 의미다.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