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원 더 달라" 터키 요구에 최종합의는 내주로 미뤄져

유럽연합(EU)이 난민들의 유럽행 출발지인 터키 정부와 난민이 아닌 비정상적 이주민 유입을 차단하는 원칙에 합의했다.

그러나 터키가 막대한 추가 지원금 등 추가 요구를 내놓음에 따라 구체적인 대책을 담은 최종 합의는 다음 주로 미뤄졌다.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EU-터키 정상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터키 총리가 '터키 수역에서 체포된 비정상적 이주민들을 돌려받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투스크 의장은 "단지 더 나은 삶을 찾아 비정상적 이주민들이 유럽에 몰려오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고 AFP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회의 후 배포된 성명에는 "터키가 국제적 보호를 필요로 하지 않는 이주민을 신속히 되돌려받겠다는 그리스와의 양자 합의를 실행하고 자국 수역에서 체포된 비정상적 이주민을 돌려받는다는 약속을 확인했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성명에 따르면 터키는 자국에서 그리스 섬들로 건너간 비정상적 이주민들을 모두 돌려받게 된다.

전날부터 브뤼셀에서 열린 EU-터키 정상회의에서 EU와 터키 정상들은 난민들의 서유럽행 경로인 일명 '발칸 루트'와 관련해 "발칸 서부 루트를 통한 비정상적 이주민의 유입은 이제 끝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회의 막판 제기된 터키 측 추가 요구에 대한 이견으로 양측은 오는 17∼18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관련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자비에르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는 트위터에 "투스크 의장이 17∼18일 회의 전까지 터키 측과 세부사항을 조율할 것"이라고 밝혔다.

터키가 난민 수용을 전제로 이날 EU에 제시한 추가 요구는 ▲ 2018년까지 30억 유로(약 4조원)의 지원금을 추가로 지급 ▲ 터키 국민에 대한 비자면제 요건 완화 시기를 연말에서 6월로 앞당길 것 ▲ 터키의 EU 가입 신청에 대한 신속한 협상 등이다.

터키의 추가 지원금 요구는 지난해 11월 EU가 약속한 기존 지원금 30억 유로를 두 배로 늘리라는 것이다.

당시 터키 정부는 시리아 난민의 유럽행을 막아주는 대가로 터키 내 난민캠프 증설 등에 사용할 30억 유로를 받기로 했으나, 4개월이 지나도록 이 돈이 지급되지 않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터키가 요구하는 지원금은 총 200억 유로(약 26조원) 규모라는 이야기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부토울루 총리는 또 그리스 섬들에 흩어져 있는 난민을 터키로 송환하는 대가로 돌려보내는 난민과 똑같은 숫자의 터키 내 시리아 난민을 유럽 국가들이 수용할 것을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EU는 터키에 대한 지원금 증액과 비자면제 요건 조기 완화 등 다부토울루 총리의 요구에 긍정적 입장을 밝혔으나, 일부 회원국들 사이에선 반발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터키로부터 직접 망명신청자를 들여와 재정착시키겠다는 EU와 터키의 계획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최근 터키의 언론탄압에 대한 언급이 최종 합의문에 담기지 않는다면 어떠한 합의도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터키에 대한 지원금을 늘릴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EU 가입 문제에 대해선 "결론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난민을 되돌려받겠다는 터키의 의지에 대해 "EU 난민 위기를 해결하는 데 잠재적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EU 가입 협상 요구에 대해선 "오늘의 의제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