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전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고급호텔에서 큰불이 났음에도 사망자 없이 마무리되자 두바이 정부가 당국의 위기대응 능력을 만방에 과시했다며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전 세계의 이목을 끈 이번 화재가 인명피해 없이 진화되면서 두바이 군주 셰이크 모하마드 알막툼은 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두바이 소방대, 경찰, 구급대는 우리의 자존심을 세웠고 전세계에 역량을 증명했다"며 "UAE의 아들들에게 감사한다"고 칭송했다.

두바이 도심의 어드레스호텔에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밤 불이 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형 참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이 호텔의 위치와 화재 발생 시각 때문이었다.

어드레스호텔은 세계 최고빌딩 부르즈칼리파와 300m 정도 떨어져 마주 본다.

두 건물 사이엔 두바이의 명물 두바이분수(Dubai fountain)와 부르즈칼리파를 볼 수 있는 넓은 광장이 있어 관광객의 필수 코스다.

부르즈칼리파에선 매년 1월1일 자정에 되면 열리는 불꽃놀이가 장관을 이룬다.

화재 신고가 처음 접수된 시각은 이 행사가 시작되기 2시간 반전인 9시26분이었다.

불꽃놀이를 보려는 수천 명이 광장에 밀집했고, 이를 정면에서 감상할 수 있는 '명당'인 63층짜리 이 호텔의 200개 객실도 관광객으로 모두 들어찬 상황이었다.

20층 부근에서 시작된 불길이 호텔을 타고 오르면서 인파가 이리저리 밀리고 혼돈과 공포의 순간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거의 완벽한 대피와 구조가 이뤄졌다.

구조 당국은 신고가 접수된 지 1시간 반 정도 지난 10시58분께 "90% 정도가 진화됐다"면서 "모든 호텔 투숙객이 안전하게 빠져나왔다"고 발표했다.

자칫 대형 참사가 될 뻔했던 이날 화재가 성공적으로 진화되고 인명피해도 없었던 데엔 새해 불꽃놀이가 역설적으로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두바이 정부는 수천명이 몰리는 이 행사에 대비해 소방대 4개 팀과 구급차 30대, 응급처치 의료진을 현장 곳곳에 미리 배치했다.

라시드 타니 알마트루시 두바이 소방청장은 "불이 난 직후 현장에 대기하는 4개 팀을 진화, 호텔 투숙객 대피, 소방장비 보급, 시민 질서유지 임무로 나눴다"며 "이후 2개 팀이 더 현장에 지원됐다"고 말했다.

평소 교통량이 많은 부르즈칼리파 주변 도로를 불꽃놀이 행사 때문에 이날 오후 6부터 통제했다.

추가로 출동한 소방차와 구급차가 그만큼 신속히 현장에 접근할 수 있었던 셈이다.

두바이 소방당국은 또 호텔 내부의 소화 장치가 제대로 가동돼 객실 안으로 불이 번지는 것을 최대한 막아 투숙객이 탈출할 시간을 번 덕분에 인명피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초고층 빌딩이 많은 두바이는 소방서와 4만여 건물의 비상 경보장치를 연결해 화재와 같은 재난이 났을 때 중앙통제실로 위치가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hskang@yna.co., hskang@yna.co., hsk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