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린달·미국 모드리치·터키 출신 산자르 공동수상

올해 노벨 화학상의 영예는 손상된 DNA(유전자)가 회복되는 원리를 밝혀 새로운 암 치료법 개발에 기여한 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토마스 린달(77·스웨덴) 프랜시스크릭연구소 명예교수, 폴 모드리치(69·미국) 미국 듀크대 의과대학 교수 겸 하워드 휴스 연구소 연구원, 아지즈 산자르(69·터키·미국 이중국적)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 등 3명을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뽑았다고 7일 밝혔다.

왕립과학원은 "이들의 연구는 세포가 어떻게 손상된 DNA를 복구하고 유전자 정보를 보호하는지를 밝혀 살아있는 세포 기능에 대한 근본적 지식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왕립과학원은 또 "이들의 연구 성과는 몇몇 유전적 질환, 암 발병, 노화 과정을 설명해준다"고 의의를 전했다.

우리 몸의 유전자 물질이 시간이 지나도 온전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분자 차원에서 DNA가 지속적으로 교정·복구되기 때문인데 올해 수상자들은 이런 과정들을 규명해냈다.

이 가운데 염기 절제 복구'(base excision repair) 연구로 잘 알려진 린달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DNA 분자가 잘 손상되지 않는다고 여긴 과학계의 통념을 깨뜨렸다.

그는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박사후 과정에 있던 시절 DNA의 안정성에 의문을 품고 실제로는 DNA가 매일 일정한 정도로 계속 손상된다는 사실을 밝혔다.

또 이런 'DNA 붕괴'에도 지구상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으려면 DNA 손상을 복구하는 대응(counter act) 또한 지속적으로 일어나야 한다는 결론을 내려 학계에 새 장을 열었다.

그는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 영국 런던 임페리얼 암 연구 재단 등에서 35년간 연구하며 DNA 복구에 관여한다는 여러 단백질을 발견했으며 이를 집대성해 DNA 복구의 첫 단계인 '염기 절제 복구' 과정을 규명했다.

산자르는 자외선 등에 의한 DNA 손상을 복구하는 과정인 '뉴클리오티드 절제 복구'(nucleotide excision repair)를 연구했다.

이스탄불에서 의사로 일하던 그는 자외선에 노출돼 치명적으로 손상된 박테리아가 다시 재생되는 현상에 흥미를 느껴 생화학 연구로 진로를 바꿨다.

산자르는 미국 텍사스대에서 자외선에 손상된 DNA와 이를 복구하는 효소 유전자 복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예일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 등에서 박테리아뿐만 아니라 인간 세포에서 일어나는 뉴클리오타이드 절제 복구도 연구했다.

모드리치는 세포 분열 과정에서 DNA가 복제될 때 일어나는 손상을 세포가 어떻게 복원하는지를 입증해냈다.

'부정합 복구'(mismatch repair)로 불리는 이 메커니즘은 DNA복제 과정상에서 유전질환을 부르는 돌연변이가 생기지 않도록 한다.

왕립과학원은 상당수 암이 이런 복구 시스템 한두 개가 작동하지 않아서 생긴 것이라며 수상자들의 연구가 새로운 암 치료법 연구에 이용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수상자들은 상금 800만 크로나(한화 약 11억2천만원)를 나눠가지게 되며 시상식은 창시자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10일 스웨덴 스톡홀름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다.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inishmor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