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日經)이 영국의 유력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를 인수했다는 보도다. 충격적인 소식이다. 인수 금액만 8억4400만파운드(1조5278억원)에 달한다. 인수 규모도 놀랍고 인수 과정도 파격이다. 중국 상하이와 홍콩증시는 물론 인도 등을 아우르는 아시아 정보 시장에서 급증하는 고급 경제정보와 지식 수요를 장악하겠다는 게 닛케이의 전략이요 의도다. 특히 글로벌 경제 영자지로 자리를 굳힌 FT와의 합병을 통해 영어에 편승한 미디어 전략을 펴겠다는 전략도 숨어 있다. 아무래도 일본어로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FT는 수십개국에 해외 지사망을 갖고 있는 유일한 세계적 경제 미디어다. FT가 자랑하는 데이터베이스와 각종 인덱스도 닛케이가 노리는 것이다. FT를 소유한 피어슨그룹의 존 팰런 CEO는 “모바일과 소셜미디어의 성장으로 전환점을 맞은 미디어 환경에서 FT가 글로벌 디지털 뉴스 기업의 일원이 되는 게 최선의 길”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세계 뉴스 시장에서 국가의 존재는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다. 단지 소프트파워를 누가 쥐느냐에 따라 정보와 지식이 집결된다. 닛케이와 FT의 통합 효과는 메가톤급이다. 인터넷판 유료 가입자는 물론 종이신문의 구독 부수도 세계 최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두 배나 된다.

지금 한국 언론은 글로벌 정보전쟁 같은 것은 딴 나라 얘기다. 고급 콘텐츠에 대한 노력은 고사하고 정치가십에 함몰되고 편향된 기사들로 지면을 메운다. 허겁지겁 SNS를 추종하기 바쁘고 여론의 일희일비를 조장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루머를 증폭시키고 찰나적 흥미에만 매몰된 상황이다. 닛케이의 FT 인수는 종이신문의 디지털화에도 새로운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세계 언론의 대응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