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돌파] "제조업 육성에 팔 걷어붙인 러시아…루블화 가치 떨어진 지금이 진출 적기"
러시아 정부는 작년부터 제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수입 의존도가 높아 위기 때마다 물가가 급등하고 경제가 휘청거리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2014년 기준)은 15% 정도다. 작년 3월 우크라이나령(領)이었던 크림반도를 병합한 뒤 서방 국가들로부터 경제 제재를 당하면서 시작된 위기도 제조업 살리기 정책의 계기가 됐다.

러시아는 줄어든 수입 물량을 국내 생산으로 채워나가고 있다. 제조업에 새로 투자하는 러시아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4억달러(약 4545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지원 대상에는 러시아 내 제조 공장을 둔 해외 기업도 포함된다. 러시아에 공장이 있는 해외 기업은 우대하고, 러시아에서 생산하지 않는 해외 기업엔 공공조달시장 참여 제한 같은 불이익을 주고 있다. 제조업 우대 정책으로 경제 제재 이후 러시아 내수가 오히려 살아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소병택 KOTRA 모스크바 무역관장 겸 독립국가연합(CIS) 지역 본부장(사진)은 “한국 대기업뿐 아니라 미국, 유럽의 글로벌 기업이 러시아에서 탈출하고 있지만 현지에선 ‘러시아 산업의 르네상스’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러시아 경제는 항상 위기를 겪은 뒤 급반등했다. 1998년과 2008년 두 차례 위기 때도 그랬다. 소 본부장은 한국 기업들이 지금 러시아에 진출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로 유라시아경제연합 시장 선점을 들었다. 유라시아경제연합은 서유럽 국가 중심의 유럽연합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가 옛 소련권 국가를 결합해 올초 출범시킨 경제 공동체다.

그는 “러시아를 기반으로 유라시아경제연합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며 “러시아에 진출하려면 루블화 가치가 하락하고, 러시아 정부가 제조업 진출을 유도하는 지금이 기회”라고 강조했다.

모스크바=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