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사태 '발등의 불'…美, '앙숙' 이란과 대화
미국과 이란이 이라크 내전 사태 해결을 위해 양국 간 대화 채널을 가동했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16일(현지시간) 이란 핵협상 테이블이 마련된 오스트리아 빈에서 미국과 이란의 고위 관료가 만나 이라크 정부의 안정과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라크·시리아 이슬람 국가(ISIS)’로부터의 위협을 완화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이란의 협력은 아프가니스탄의 테러집단 탈레반에 대응하기 위해 양국이 군사정보를 공유한 이후 10여년 만에 처음이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날 핵협상을 앞두고 야후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이란과 건설적인 관계가 될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은 구체적인 대화 내용을 밝히지 않았으나 군사협력 가능성은 강하게 부인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날 “막후에서 열릴 수 있는 어떤 대화도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협상과는 전적으로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고위 공직자 말을 인용, “양국은 30년 이상 깊은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며 “ISIS라는 공통의 적이 양국 간 공통의 전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이란과의 협상과는 별도로 미국은 자국민과 대사관을 보호하기 위해 이라크에 미군 병력 275명을 파병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이라크 대응 전략은 적극적인 군사 대응보다는 시아파인 이라크 정부와 더불어 수니파와 쿠르드족도 참여하는 연합정부를 구성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NYT는 “오바마 행정부가 누리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를 대신할 정치인을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방세계는 말리키 총리가 집권 이후 수니파 정치인 탄압을 주도해 종파 간 갈등을 부추기고 ISIS 침공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제한적으로 공습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개리 러프헤드 전 미 해군참모총장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지상군 투입 없이 공습에 나설 경우 미국 때문에 민간인이 다수 사망했다고 주장하는 적들의 선전에 취약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