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접경 서부 지역 군부대를 비상 군사훈련에 돌입시켜 긴장을 유발했던 러시아가 27일(현지시간) 전투기를 출격, 국경 순찰에 나서며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자주권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에게 일련의 군사행동은 이전부터 계획돼 있었던 것으로 최근의 우크라이나 상황과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나 러시아계 주민이 60%에 달하는 크림자치공화국에서 친러 무장세력이 정부 청사와 의회 건물을 점거한 가운데 공화국의 자치 강화와 권한 확대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하기로 결정되는 등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면서 러시아의 군사개입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키예프모힐라 아카데미의 정치분석가 안드레아스 움랜드는 "지금 상황은 러시아가 조지아와 5일간 전쟁을 벌였던 2008년을 연상시킨다"면서 "크림반도 상황이 악화돼 러시아인들이 죽기라도 하면 러시아가 보호 명분으로 개입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AFP 통신에 말했다.

영국 런던의 우크라이나연구소 책임자인 앤디 헌더도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축출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외교정책의 대패"라며 "러시아는 세계 무대에서 초강대국이 되고 싶어하는데 우크라이나가 없으면 유라시아 대국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구도 크림반도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러시아의 개입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27일 "(크림반도의 친러) 무장세력의 행동은 위험하고 무책임한 것"이라면서 "러시아는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도 "러시아의 군사훈련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착오로 이어지거나 오해될 조치는 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런던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자주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압박했으며, 케리 미 국무장관과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도 미국 워싱턴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안정을 위해 공동 부담을 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크라이나 내부의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과도내각의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의회 의장 겸 대통령 권한 대행은 친러 무장세력의 시위 직후 크림반도에 주둔하고 있는 흑해함대의 움직임을 염려해 "영내를 벗어나는 모든 군대 이동은 군사공격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크림반도의 분리독립과 러시아의 군사개입 가능성을 낮게 보는 분석도 적지 않다.

발라즈스 자라빅 중앙유럽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크림자치공화국에 원주민이자 반러 성향인 타타르족이 12%를 차지하고 있어 분리독립 시도가 민족 갈등을 유발할 것이라면서 "크림반도가 러시아에 귀속된다면 모두에게 잃는 게임이 될 것"이라고 AFP에 말했다.

러시아 카네기재단에 소속된 마리아 립맨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관계에서 발생한 문제를 무력으로 해결하기를 원하지 않으며 크림반도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경제적 제재 등의 압박에 기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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