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장 두 곳 진압 완료…무슬림형제단 행진 촉구
라파 국경 무기한 폐쇄…英·獨·佛, 이집트대사 초치


이집트 군경이 강행한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 시위대 해산 작전에 따른 사망자가 500명을 넘어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축출한 '아랍의 봄' 이후 최악의 참사로 기록됐다.

이집트 보건부는 지난 14일 군경과 시위대의 유혈 충돌 과정에서 전국적으로 525명(군경 사망자 43명 포하)이 숨지고 3천717명이 다쳤다고 15일 밝혔다.

보건부의 칼리드 알카티브 대변인은 민간인 사망자 가운데 무르시 지지자들의 최대 집결지인 카이로 라바 광장에서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상자 집계가 계속 진행 중이고 4천명에 육박하는 부상자 가운데 총상자가 많아 사상자는 더 늘 수도 있을 전망이다.

전날 군경의 시위대 해산 작전으로 무르시 지지자들의 집결지이던 카이로의 라바 광장과 나흐다 광장 두 곳은 모두 진압됐다.

이날 오후 현재 나스르시티 라바 광장에서는 경찰이 광장 중심을 봉쇄한 가운데 3t 트럭과 불도저가 텐트 잔해와 쓰레기, 모래주머니, 벽돌 등을 부지런히 날랐다.

라바 광장 앞의 모스크(이슬람 사원)에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소총을 든 군인 30여명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었고, 내부에서는 체포자 등을 상대로 한 군의 조사가 진행 중이었다.

다만 무르시의 지지기반인 무슬림형제단은 이날 새로운 행진을 촉구하고 나서 추가 충돌의 우려가 제기된다.

무슬림형제단은 전날 희생된 형제와 가족들의 죽음에 항의하기 위해 이날 오후 카이로 알이만 모스크에서 행진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유혈 참사 직후 한 달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한 이집트 과도 정부는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로 연결되는 라파 국경을 무기한 차단했다고 신화 통신이 전했다.

라파 국경은 지난달 3일 무르시 축출 이후에도 안보 상의 이유로 수일간 차단된 바 있다.

또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각국은 자국 주재 이집트 대사를 초치해 전날 유혈진압과 비상사태 선포를 비판하는 등 강경 대응했다.

영국 외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이집트 대사를 불러 깊은 우려를 전달하고 이집트 당국에 자제를 촉구했다"고 말했다.

독일 외무부 대변인은 귀도 베스테벨레 장관의 지시로 이집트 대사를 불러 폭력을 자제하고 즉각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역시 성명에서 "이집트 사태가 내전으로 악화되서는 안 된다"며 이집트 대사를 불러 매우 우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덴마크 정부는 이집트에 530만달러(약 60억원) 상당의 대외원조기금 집행을 중단했다고 발표했으며 노르웨이는 최근 이집트에 군사장비 수출을 금지했다고 말했다.

필리핀 정부는 이집트에 거주하는 국민 6천명에게 출국을 촉구했으며 러시아는 이집트에 여행 중인 러시아인 6만명에게 소요 사태가 발생하는 대도시에 가지 말라고 권고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집트 사태의 희생자와 가족에게 위로를 전하며 "이집트는 물론 전 세계의 평화와 대화 그리고 화해를 위해 기도하자"고 말했다.

(카이로·이스탄불·두바이연합뉴스) 한상용 김준억 유현민 특파원 gogo213@yna.co.krjustdust@yna.co.krhyunmin6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