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리노이주 페오리아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건설장비 생산업체인 캐터필러가 주정부에 인상한 세금을 다시 낮추지 않으면 다른 주에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연금개혁 등을 미루면서 증세만으로 재정적자를 메우려는 주정부 조치에 대기업이 정면으로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더글러스 오버헬먼 캐터필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패트 퀸 일리노이주 주지사에게 보낸 편지에서 주정부의 세제와 재정 정책에 대해 항의하며 이 같은 회사 방침을 전달했다. 오버헬먼 CEO는 편지에서 "일리노이주 주정부가 1월 법인소득세율을 올린 이후 다른 주들이 캐터필러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직접 본사 이전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세금 인상 등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되면 일리노이주를 떠날 수 있다는 점을 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오버헬먼은 편지와 함께 텍사스,네브래스카,버지니아,사우스다코타 등에서 주지사와 주정부 관리 명의로 투자 유치를 위해 보내온 서신을 동봉했다.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는 "일리노이주가 캐터필러 사업을 원하지 않으면 텍사스가 받아주겠다"고 밝혔다. 데이브 하인만 네브래스카 주지사는 "네브래스카주는 세금을 인상하지 않으면서도 지출을 줄여 균형재정을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일리노이주 의회는 지난 1월 4년 동안 총 68억달러를 더 거둬들이기 위한 소득세율 인상 법안을 통과시켰다. 3%인 개인소득세는 5%로 올렸고 법인세는 4.8%에서 7%로 인상했다. 짐 두간 캐터필러 대변인은 "세율 인상으로 일리노이주 공장에서 근무하는 2만3000명의 임직원이 총 4000만달러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며 "우수 엔지니어 등 전문직 근로자들이 회사를 떠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리노이주 퀸 주지사의 대변인은 "주정부와 기업 간 솔직한 의견 교환을 환영한다"며 조만간 캐터필러와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한 회의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