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P 편집장 "댜오위다오 분쟁의 진정한 승자는 미국"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尖閣>열도)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간 영토분쟁의 진정한 승자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다"

중국문제 전문가인 왕샹웨이(王向偉)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 중국판 편집장은 27일 `댜오위다오 분쟁은 워싱턴에 승리를 안겨줬다' 제목의 기명 칼럼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왕 편집장은 일본이 지난 25일 중국의 압력에 굴복해 댜오위다오 주변 영해 침범 혐의로 구속됐던 중국인 선장 잔치슝(詹其雄.41)을 석방한 점을 들면서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간 갈등의 승자는 외견상 중국인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왕 편집장은 이번 사안을 좀더 면밀하게 들여다보면 미국이 이번 미일간의 영토분쟁을 활용해 많은 것을 챙겼다면서 `진정한 승자'는 미국이라고 주장했다.

왕 편집인은 그 근거로 미국이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간의 갈등에 개입해 아시아 지역의 외교와 안보에 있어서 자신의 영향력을 확실하게 과시한 점을 꼽았다.

특히 왕 편집인은 일본이 잔치슝 선장을 석방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암시하는 정황들이 다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일본 외무상과 회담을 갖는 자리에서 `일본의 양보'를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일본 언론의 시각을 소개하기도 했다.

클리턴 장관은 일본 외상과의 회담에서 중일간 분쟁을 조속히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개진한 것으로 당시 언론 매체들이 보도한 바 있다.

미국측이 댜오위다오 분쟁에 개입한 `정황'은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가 잔치슝 선장 석방 직후 "이번 조치가 현존하는 긴장을 결정적으로 완화하게 될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힌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왕 편집인은 주장했다.

크롤리 차관보는 댜오위다오 분쟁과 관련해 중국의 외교관계자들이 미국측에 일본에 대해 압력을 행사해 달라고 `로비'를 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적도 있다고 왕 편집인은 주장했다.

아시아 지역의 영토분쟁에 대한 미국의 개입이 지난 7월 클린턴 국무장관이 베트남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해 남중국해 영토분쟁에 대해 중재자로서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천명한 이후 나온 것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고 왕 편집인은 지적했다.

그러면서 왕 편집인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정상들간의 24일(현지시간) 뉴욕 정상회담에서 남중국해 문제가 주요 의제로 논의된 점도 상기시켰다.

결론적으로 왕 편집인은 이미 중국의 대외관계에서 미중관계가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됐다고 지적했다.

(홍콩연합뉴스) 정재용 특파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