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히터 규모 8.8의 강진이 발생한 지 4일이 지났지만 칠레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도로 등이 크게 파손되면서 생존자 구조활동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생필품을 구하기 위한 약탈도 여전하다.

칠레 정부는 2일 오전(현지시간)까지 사망자가 723명이라고 밝혔지만 AP통신은 희생자가 1000명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현지 언론들은 사망자가 1500명에 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대 피해지역인 콘셉시온 시내에서는 생필품을 구하기 위한 약탈이 이어지면서 이를 저지하려는 군경과 시민들의 충돌이 잇따르고 있다. BBC방송은 경찰과 주민 간 충돌로 22세 남자 1명이 사살됐다고 보도했다. 구호품을 싣고 콘셉시온으로 향하던 소형 항공기가 사고로 추락해 탑승객 6명이 모두 숨지는 사고까지 겹쳤다.

여진 공포도 여전하다. 지난달 27일 강진 이후 5.0 이상의 여진이 120여 차례 발생하면서 노숙자들도 급증하고 있다. 무너진 건물 더미에서 생존자를 구조하려는 작업도 여진 불안 등으로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지원도 잇따르고 있다. 중남미를 순방 중인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칠레에 위성전화 20대를 제공하고 위성전화 전문가를 현장에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클린턴 장관은 칠레를 방문해 구체적 지원 규모를 밝힐 예정이다. 한국 정부도 긴급구호품 200만달러어치를 지원할 방침이다.

칠레의 주요 광산들은 조업을 재개했으며 폐쇄됐던 항구와 공항도 부분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퇴임(3월10일)을 앞둔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의 신속하고 침착한 대응이 돋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도 "바첼레트 대통령은 지진이 발생하자마자 여섯 개 피해 도시를 돌아보며 시민들을 안심시키려 노력했다"며 "아이티 지진 후 무단 이탈한 것이나 다름없던 프레발 대통령과는 완전히 다른 리더십을 보여주었다"고 전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